미 반도체주 1분기 실적 `시선집중`

by하정민 기자
2004.04.09 09:17:04

내주 어닝시즌 시작..국내 시장 파급효과 클 듯
인텔·TI "흐림" vs AMD·어플라이드 "맑음" 예보

[edaily 하정민기자] 이라크사태 악화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감 고조로 미국 주식시장이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다음 주부터 발표될 주요 반도체 기업의 1분기 실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1분기는 전통적으로 반도체 업종의 비수기지만 최근 D램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요도 살아나고 있는 터라 기대가 크다. 노키아의 실적부진 전망에 따른 쇼크로 최근 주요 기술주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반도체주가 이를 상쇄해줄 것이란 보상 심리가 강하다. 다음주에 실적을 발표하는 반도체기업은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AMD), 노벨러스시스템즈 등이다. 이들 업체가 어떤 실적을 내놓느냐에 따라 미국 증시는 물론 국내 주식시장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인텔 "어닝서프라이즈는 글쎄.."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은 13일 실적을 공개한다. 인텔 실적이 어닝시즌의 방향타가 되는 것은 물론 주변주들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6일 실적을 발표하는 경쟁업체 삼성전자(005930)와의 비교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 월가에서는 인텔에 지나치게 기대하지 말자는 경계심리가 강하다. 최근 인텔은 계절적 수요 감소로 1분기 매출 전망치의 상한선을 하향한 바 있다.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시 1분기 매출을 79억~85억달러 사이로 예상했던 인텔은 지난달 이를 80억~82억달러로 조정했다. 전일 일본 공정위가 반경쟁혐의로 인텔재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도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이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회사 측의 전망과 비슷하다. 조사기관 톰슨퍼스트콜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전망치는 매출 81억7000만달러, 주당순이익 27센트다. 이중 가장 비관적으로 보는 애널리스트는 매출 79억달러, 주당순이익은 25센트로 잡고 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67억5000만달러, 14센트보다는 개선된 수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훨씬 높아졌다는 점이 문제다. 기술주 전문 애널리스트인 메릴린치의 조셉 오샤는 매출 82억달러, 주당순이익 27센트를 제시했다. 그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PC 재고수요가 아직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2분기 전망과 관련 오샤는 "개인적으로는 좋게 보고 있지만 시장 예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톰슨퍼스트콜이 내놓은 애널리스트들의 2분기 실적 평균 전망치는 매출 81억달러, 주당순이익 27센트로 1분기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실적과 별도로 인텔 경영진은 반도체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크레이그 배럿 최고경영자(CEO)는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며 내년 5월 자신의 퇴임 후에도 인텔은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올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지난해의 40억달러보다 많은 44억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TI "노키아 효과 우려" vs AMD "플래시 호조" 다음 타자인 TI와 AMD는 14일 성적표를 내놓는다. TI의 경우 최대 고객인 노키아의 실적부진 영향을 얼마나 받았을 지 관심이다. 회사 측은 지난 1월말 제시했던 전망치 주당순익 16~22센트, 매출 27억2000만~29억5000만달러의 하한선을 올려 주당순익 19~22센트, 매출 28억3500만~29억5000만달러를 제시하고 있으나 노키아가 1분기 실적 부진을 예고한 만큼 TI도 그 여파를 벗어날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잔존한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전망치는 매출 29억달러, 주당순이익 21센트로 회사 측의 전망 범위 안에 있다. 그러나 메릴린치의 오샤는 좀더 비관적이다. 그는 "지난해 기준 노키아의 비중이 TI 전체 매출의 16~17%에 달하기 때문에 노키아 쇼크의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매출 28억5000만달러, 주당순익 19센트를 제시했다. 반면 AMD는 전문가들이 가장 기대주로 꼽고 있는 종목이다. 톰슨퍼스트콜의 전망치는 매출 12억달러, 주당순이익 3센트지만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이보다 더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퍼시픽크레스트의 마이클 맥코넬 애널리스트는 "AMD의 뉴애슬론 칩이 유럽에서 기대 이상의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주당순이익을 평균 전망치보다 배 높은 6센트로 전망했다. AMD의 경우 인텔의 90나노 제품 양산 부진에 따른 반사 효과와 플래시메모리 판매 증가로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크다는 전망이다. 오샤역시 매출 12억1000만달러, 주당순익 4센트를 전망했다. 그는 "플래시메모리 가격하락과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AMD의 플래시메모리 부분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어플라이드와 노벨러스 "긍정적" 반도체장비 업종에 대한 전망도 괜찮은 편이다. 12일 실적을 발표하는 노벨러스시스템즈의 경우 톰슨퍼스트콜의 전망치는 매출 2억5241달러, 주당순익 10센트다. 세계 최대 반도체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어닝시즌의 막바지인 다음달 18일 실적을 내놓는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는 매출 18억8000달러, 주당순익 18센트다.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증권의 존 화이저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황호조와 마진 개선으로 시장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며 회사 측의 매출 증가율 기대치인 30%보다 높은 31% 증가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