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질환자에게 희망될까..색 구분하는 인공신경회로 개발

by강민구 기자
2023.09.17 12:00:00

KIST 연구팀,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 개발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망막 질환으로 시각을 잃은 사람들에게 ‘인공 망막’ 기술이 희망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인간 눈처럼 색을 구분하는 인공 신경회로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재헌·송현석 센서시스템연구센터 박사팀과 김홍남 뇌융합기술연구단 박사팀이 생체 외 세포 실험을 통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시각 기능을 갖는 인공 광수용체를 만들고, 이 수용체에서 빛을 받아 생산한 전기 신호를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하는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김홍남 박사, 송현석 박사, 김재헌 박사.(왼쪽부터)(사진=KIST)
인간 망막은 원추세포와 간상세포로 이뤄져 있다. 원추세포는 빨강, 초록, 파란색 세 가지 색감을 구분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을 생산하고, 간상세포는 명암을 구분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을 생산한다. 인간의 눈은 외부에서 들어온 빛이 망막에서 맺혀 상을 형성하면,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사물을 본다.

기존 인공 망막 연구는 단일 신경세포에 전자천공법을 사용하거나 바이러스·유전자를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광수용체 단백질을 발현시키기 전에 신경세포가 기능을 잃거나 괴사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신경세포의 기능성과 생존력을 높인 스페로이드(생체 조직과 미세종양을 모방한 모델)라는 세포 군집을 광수용체 발현을 위한 플랫폼으로 이용했다. 세포 간 상호작용을 늘려 안정적으로 인공 광수용체 단백질을 발현시켰다.



기존에는 2차원 세포배양 시 광수용체 단백질을 주입했을 때 50% 이하의 신경세포들만 생존했다면, 신경 스페로이드를 활용하면 80% 이상의 생존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명암을 구분하는 로돕신과 색 구분을 위한 청색 옵신 단백질을 발현해 청색과 녹색에서 선택적인 반응성을 가지는 스페로이드도 제작했다. 이 스페로이드는 사람의 눈이 인식하는 색과 같은 파장에서 반응을 일으켰다.

이후 눈을 모사한 광반응성 신경 스페로이드와 뇌를 모사한 일반 신경 스페로이드를 연결한 장치를 만들었다. 일반 스페로이드까지 신경전달이 확장되는 과정을 형광 현미경을 통해 포착했다. 인간 뇌가 어떤 과정에 의해 망막에서 발생한 신호를 다른 색으로 인지하는지 탐색할 수 있는 시각신호 전달 모델을 만든 셈이다.

김재헌 박사는 “인공 광수용체의 시각신호 전달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검증해 동물실험 의존을 줄이고 연구비용을 줄일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인간이 볼 수 있는 모든 색을 인식할 수 있는 스페로이드를 생산해 시각 관련 질환과 치료에 대한 시험용 키트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한편, 연구팀은 사람의 망막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