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관리 구멍'…산업부, 요소·마그네슘 등 수입품 조사

by문승관 기자
2021.11.07 11:26:09

소·부·장 핵심관리 품목 이외 수입품목 대상
“1만여 개 수입품 중 핵심 품목에 한해 진행”
“공급망 관리 허술 사실 아니야…적기 조치”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요소수 대란을 계기로 범용 수입품에 대한 기초조사에 나선다. 산업부는 7일 “범용 수입 품목에 대한 전반적인 공급망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소·부·장 핵심품목으로 관리해온 품목을 제외한 수입품목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산업부는 “사재기 우려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느 품목인지 밝히기는 어렵다”며 “수입품이 1만여 개가 넘어서 전수 조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중요도에 따라 상황을 파악한 후 현재 상황보다 악화하면 기초조사를 토대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로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반도체 3대 핵심 소재에 대해 국산화 등을 통한 공급망 관리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확보 경쟁이 치열한 희토류 등 희소금속도 총 35종을 선정해 공급망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1만여 개가 넘는 범용 수입품을 평상시 모두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공급망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최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요소뿐 아니라 마그네슘과 희토류, 리튬 등 필수 원자재 수급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런 품목을 포함해 범용 수입품은 1만2586개에 이른다. 이 중 특정 국가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이 3941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중 3개 품목의 수입이 특정 국가에 쏠려 있다. 요소처럼 수입국이 막히면 대체국을 확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희토류를 원료로 하는 영구자석은 86.2%, 수산화리튬은 83.5%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무역협회가 국내 수입품 1만2586개를 분석한 결과, 중국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이 1850개에 달했다. 미국(503개), 일본(438개), 독일(121개), 이탈리아(108개)도 100개를 훌쩍 넘는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경유 차량 배기가스를 정화하는데 필요한 요소수가 최근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물류대란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7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세워져 있다.
전문가들은 요소수 수급을 비롯한 범용 수입품을 둘러싼 이상 징후가 오래전부터 나타났지만 정부가 비상사태를 대비한 ‘플랜B’나 ‘요소수 수입처 다변화’ 등의 대책 마련이 미흡했던 만큼 예견된 사태라고 입을 모았다.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갈수록 강해지는 자국 중심주의화에 요소수 등의 산업 필수 품목에 대한 자급구조를 미리 만들지 못한 점도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앞장서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요소수의 재고량을 늘리는 등 중기적인 대안을 마련하면서 국내에서 일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대체 수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공급망 관리의 기본인데,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의존도가 너무 커졌다”며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요소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원자재 대란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요소수 사태와 관련해 그간 공급망 관리를 부실하게 해온 게 아니냐는 데 대해 산업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산업부는 “지난달 21일 중국산 요소 수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현지 공관으로부터 전달받았다”며 “그 직후부터 현지 공관에 세부 현황 파악을 요청해 업계 간담회와 관계부처 회의 개최, 중국 측에 수출 재개 협조 요청 등 요소 수급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적기에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