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건설이슈]안전진단 강화 카드에 움찔한 재건축 시장

by김기덕 기자
2018.02.24 09:00:00

안전진단 강화에 매물 늘고 호가 빠져
조건부 재건축 단지, 상당수 탈락할 듯
정확한 ‘옥석가리기 효과’ 기대 목소리도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주택 밀집지역 전경. [사진=서울시]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정부가 지난 21일 재건축 시장을 압박하기 위해 안전진단 기준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올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둘러싼 구청과 정부 간 갈등, 재건축 연한 강화 시사 등 잇따른 규제로 시름하던 재건축 시장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대폭 움츠러 든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제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0.15%에 그쳤습니다. 이는 전주 상승률(0.78%)에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인데요. 이번 규제를 계기로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크게 오르던 서울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건축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올해 재건축 연한(30년)을 모두 채웠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신청하지 못한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재건축 아파트 단지입니다. 실제 이들 단지는 안전진단 기준 발표 이후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고 매수 문의가 뚝 끊어진 상황입니다. 이 아파트 한 주민은 “강남을 잡으려고 정부가 계속 재건축 규제를 하는 탓에 되레 (목동 등 강남 외 지역이) 재산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예고도 없이 번갯물에 콩 볶아 먹듯 발표한 것도 문제”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전진단을 신청했지만 아직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선정하지 못한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등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안전진단 기준 시행일이 이르면 다음달 5일 시행될 것으로 보여 현지 조사 이후에 기간(안전진단 전문기관 조사 한달 소요)을 감안하면 사실상 강화된 기준 적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재건축 아파트들이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말 부실한 아파트가 아니면 앞으로 재건축을 하지 말라고 통보할 수 있어서입니다. 통상 재건축을 원하는 단지가 안전진단을 받을 경우 100점 만점에 55점(A~C등급)을 넘으면 재건축을 할 수 없고 유지·보수만 가능합니다. 30~55점(D등급)이면 조건부 재건축, 30점 미만(E등급)이면 재건축 판정을 받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D등급 단지입니다. D등급을 받은 단지는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지을 필요는 없지만 그대로 방치하기도 애매한 상태여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재건축 시기를 조절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D등급 단지는 대부분 조정 없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조건부 재건축은 사실상 재건축 판정이었던 셈입니다. 이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시설안전공단 등과 같은 공공기관이 적정성 검토를 수행하기 때문에 상당수 아파트가 재건축이 필요없다는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말 재건축이 필요없는 단지와 필요한 곳을 명확하게 가려 옥석가리기를 할 수 있게 된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재건축 이후 아파트값 상승과 상관없이 정말 노후화되고 거주 환경이 안 좋은 건물만 재건축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강화가 과연 재건축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