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숙현 기자
2011.05.10 20:46:37
환율이 아닌 금리 통해 물가 잡아야”
원화고평가→경상수지 악화 →국제신뢰 저하
[이데일리 이숙현 기자] 과도한 원화절상 심리에 기댄 급격한 자본유출입 통제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최근 물가 압력은 환율이 아닌 금리를 통해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원은 10일 '균형 환율 수준과 향후 환율 정책 방향'이라는 보고서에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원은 “어느 정도의 자본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유지함으로써 원화절상 기대심리에 기댄 과도한 해외자본의 유입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지난해부터 실시한 선물환포지션 규제를 비롯한 외국인 채권투자 이자소득 과세, 거시건전성부과금(일명 은행세) 등이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변동환율제도를 유지하면서 자본시장이 개방되어 있는 나라의 경우에는 고전적인 삼자선택(Trilemma)이라는 정책적 어려움을 피할 수가 없다”며 “현실적으로는 어느 한가지를 전적으로 포기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어느 한 가지를 다소 양보하는 정책 선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학에서 이른바 `임파서블 트릴레마(Impossible Trilemma)`는 ▲환율안정 ▲자본자유화 ▲재량적인 통화정책 등 세 가지가 동시에 달성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원은 최근 급격히 오르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환율하락(원화 절상)을 어느정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최근 유가 등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은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유가 급등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도 있는데, 이에 대응해서 빠른 환율하락을 유도해야 한다면 일시적으로 유가를 밀어 올렸던 요인이 사라진 후 다시 환율을 높일 수 있느냐의 문제가 대두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율은 금리와 달리 정책당국이 신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활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향후에는 환율과 관련해 물가 문제보다는 원화가 빠르게 절상돼 고평가로 전환된다거나 경상수지가 악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원화의 고평가나 이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는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글로벌 위기 이후 크게 저평가되었던 원화가 이제는 균형수준에 근접한 상태여서 향후에는 빠르게 고평가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면서 “내외부적인 충격이나 국제 투자자금 흐름의 변화와 결합해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과 금융, 경제 혼란이 야기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장 대표적인 세가지 방법을 통해서 균형환율을 추정한 결과, 3월 현재 원화환율은 대체로 2.5%~9% 정도 저평가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원은 “여타 통화의 환율이 변화없다는 전제하에서 구해진 균형 달러-원 환율은 달러당 1022~1090원 수준”이라면서 “지난 4월 중 원화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저평가 폭이 추가적으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여 현재 원화는 거의 균형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