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아프리칸 룩과 함께 하쿠나 마타타~

by김서나 기자
2009.04.10 10:43:00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지난 해 패션 트렌드의 진원지로 떠올랐던 아프리카 대륙이 이번 시즌 더욱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터키, 그리스, 카프리 섬도 디자이너들에게 아이디어를 주었지만 아프리카 패션이 주도권을 잡게 된 데엔 케냐 혈통의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역사적인 사건도 한몫했다.

오바마의 얼굴이 장 샤를르 드 카스텔바작의 노란 드레스 위에 등장하고,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가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등 이들 부부는 패션계로부터도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는데, 물론 이들이 아프리카 전통 의상을 전파하는 건 아니지만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인 건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남아공 월드컵이 내년으로 성큼 다가온 만큼 아프리카 열풍은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

하쿠나 마타타~ 낙천적이면서도 강렬한 매력의 패션 코드, 아프리카를 주목하자.

아프리칸 룩은 지난 해 세상을 떠난 입 생 로랑에 의해 세계 패션계에 소개되어 왔다. 알제리에서 태어난 로랑은 짙은 피부의 모델을 런웨이에 세운 최초의 디자이너.

입 생 로랑의 지난 컬렉션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아프리칸 스타일이 이번 시즌 루이 비통의 무대에서 다시 되살아났다.
 
루이 비통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짙은 색감과 화려한 골드빛 의상을 넓은 어깨와 가는 허리의 80년대 실루엣으로 연출했고 큼직한 액세서리들을 매치해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파리 패션으로 녹여냈다.

또한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토속 신앙을 표현하기 위해 그렸던 문양들은 츠모리 치사토의 소녀풍 원피스들과 만났고, 버나드 윌헴의 모델들의 얼굴 위에서 페이스 페인팅으로도 응용되었다.

아프리칸 룩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동물무늬.



▲ 저스트 카발리
이젠 트렌드와 상관없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동물무늬지만 이번 시즌엔 그 기세가 더욱 거세어졌다.

표범과 얼룩말, 기린들은 세렝게티 초원에서 뛰어나와 하늘하늘한 쉬폰과 새틴, 니트 위에 자리를 잡았고, 야성적인 뱀가죽은 도회적인 라이더 재킷과 원피스로 태어났다.

이와 함께 깃털과 프린지 장식은 몸을 가리기 위해 사용되었던 아프리카 민속 복식 형태에서 벗어나 찰랑찰랑 리듬감이 느껴지는 드레스들로 변모되었고, 머리를 모아 올린 터번이 트렌디한 헤어액세서리로 등장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레드 라벨 컬렉션에서 아프리카 부족장이 썼을법한 원통형 모자를 선보이기도.

보다 손쉽게 아프리카 무드를 즐기고 싶다면 골드의 링 귀걸이나 굵은 뱅글 팔찌, 나무 재질의 펜던트가 어우러진 투박한 목걸이를 눈여겨볼 것.

아프리카 원주민이 아닌, 여행객에 착안한 사파리 룩 역시 트렌드로 떠올랐다.

구찌의 사파리 룩이 짧은 점퍼와 점프수트, 징장식의 벨트로 섹시하게 표현되었다면, 랄프 로렌은 아웃포켓이 달린 헐렁한 셔츠, 재킷에 부드러운 하렘팬츠와 우아한 드레스를 매치해 고전적인 사파리 패션을 연출했다.

랄프 로렌은 또한 봄 시즌 패션쇼에 소말리아 출신의 뉴페이스 우바 핫산을 메인 모델로 세워 시선을 모으기도 했는데, 그녀는 현재 랄프 로렌의 광고 캠페인에서도 활약 중이다.

입 생 로랑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피부색의 모델들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발견해가고 있는 모습.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이후 짙은 피부색의 모델들이 기회를 더 많이 얻고 있다는 건 반가운 트렌드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패션을 위한 아이디어의 원천이 아프리카 대륙까지 넓어지는 만큼 패션리더라면 인종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코스모폴리탄 마인드도 함께 키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