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창사 이래 첫 10억불 외화차입 타진

by김현동 기자
2008.02.19 09:45:13

회사측 "시장모니터링 차원"
IB 관계자 "M&A용 자금확보 가능성"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SK텔레콤(017670)이 1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외화자금 차입을 추진 중이다. 과거 3억~4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한 적은 있지만, 5억달러 이상의 대출은 지난 84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보유현금이 풍부한 SK텔레콤의 거액 외화차입 의사 타진으로 자금용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조심스럽게 M&A 용도로 점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19일 SK텔레콤과 금융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한 외국계 투자은행(IB)을 통해 10억달러 규모의 외화자금 차입을 타진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상적인 경영활동 차원에서 시장 모니터링과 파이낸싱 능력 유지를 위해 외화자금 차입을 알아봤다"며 "차입 목적이나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고 차입 추진 사실을 확인했다.

2007년말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장단기 차입금은 2조 9000억원 수준이나,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 금융자산(단기 매매증권 포함)이 1조 3000억원대에 이르며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만 3조원이 넘는다.

보유현금이 넘쳐나는 자금사정을 감안할 때, SK텔레콤이 1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외부에서 차입할 필요성은 지극히 낮다는 얘기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부채는 대부분 장기 부채로, 부채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재무구조"라며 "대규모 외화자금을 사용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SK텔레콤은 그 동안 시장상황 변동에 대비하고, 만기 도래 채권의 차환을 위해 3억~4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는 형태로 자금조달 능력을 유지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7월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국제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도 20년 만기의 4억달러 글로벌 본드를 발행하는 저력을 보였다.

SK텔레콤 홍보실 관계자는 "과거에 3000억~4000억원의 외화채권을 발행한 적은 있지만, 5억달러 이상의 대출을 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SK텔레콤의 이번 외화자금 차입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SK텔레콤이 외화자금을 채권이 아닌 론(loan) 형태로 조달하려 한다는 것은 M&A 용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