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엽의 노-다-지를 찾아서)LA에 투자해? 말아?

by이동엽 기자
2007.02.21 10:30:00

[이데일리 이동엽 칼럼니스트] 미국 서부지역을 10여일 동안 여행했다. 북쪽으로 시애틀에서 남쪽으로 샌디에고까지 태평양을 끼고 돌아봤다. 물론 짧은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 북부지역은 비행기를 갈아타나는 중간지점으로 착지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온화한 날씨였다. 미국 서부가 1800년대 중반 골드러시로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20 세기 들어서는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미국 전역이 2월 뒤늦은 강추위로 꽁꽁 어는 동안에도 태평양 연안지역은 만물이 고즈넉히 풀려 있었다.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을 돌아보다 하루는 재미있는 장면들을 목격했다. 로스앤젤레스(LA) 동부 한 대로상에 한글이 선명하게 적힌 간판이 눈에 자주 들어왔는데 하나 같이 복덕방 간판이었다. 누구누구라는 부동산 에이전트 이름이 적혀 있었고 주택과 토지를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인들이 한반도를 떠나 제일 많이 거주하는 곳이 미국 LA이기 때문에 이곳 몇곳에 있는 코리아타운에 부동산 관련 간판이 버젓히 한글로 걸려 있다면 유별난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한국인들의 해외투자가운데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이고, 특히 LA 지역 부동산 투자의 열기는 누구나 아는 일이기에 타운의 한글간판은 그럴 수 있다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한인타운에서도 차로 약 2시간 가량 떨어진 빅토밸리라는 곳이었다. 한국인들이 미국 LA 동부에서 사실상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는 곳이다. 빅토빌 지역을 가로지르는 138번 도로를 따라 펼쳐진 토지의 70%가 한인들 명의로 되어 있을 정도로 투자열기가 대단하다.

한 때는 이 지역 6693에이커(280필지)가 한인 소유로 밝혀졌다. 이는 여의도 면적 9.21배에 달하며 서울 강남의 60%에 해당하는 거대한 크기이다. 초기 투자가들은 이미 수십배 차익을 실현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빅토빌은 해발 1000 미터에 위치한 바람 많고 공기 좋은 산악지대의 사막도시이다. 약 20년전 미공군병사들과 국제결혼한 한인들을 중심으로 몇백명이 정착하기 시작한 후 현재는 투자가들과 실수요자들이 몰려 들면서 수년사이 3배가 늘어 한인 약 6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LA 동부 개발의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미국 온 지 1년이 안 된 한인은 빅토빌이라는 지명은 들어봤을 정도이고, 최소한 가는 길 정도는 알고 있고, 2~3년 된 한인은 빅토빌의 개발 전망을 알고 투자를 하기 위해 여러 차례 다녀갔고, 또 5년 이상 된 한인은 이미 이 곳에 투자해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한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곳. 그야말로 투자자들에게는 희망의 땅이다.

이지역에 부동산 바람이 부는 이유는 하이 데저트라는 이곳 사막지역이 미국 서부의 새로운 물류 중심지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조지 공군기지 자리에 SCLA (Southern California Logistic Airport)가 들어선다.



이곳은 남가주는 물론 북가주, 라스베가스, 애리조나, 샌디에고를 잇는 통로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유니온 퍼시픽과 산타페 등 주요 철도망까지 가세했으니 지역 허브역할을 할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또한 미개발의 방대한 대지가 있고, LA 보다 저렴한 이곳 토지, 주택가격이 개발가능성에 맞불을 놓고 있다.

따라서 이곳 지역에 한인 부동산 업체수가 수십개가 넘고, 몇몇 부동산업체는 서울 강남에도 현지 사무소를 차려두고 한국내 투자가를 모집하고 있었다.

한 상업용 부동산 회사의 이 지역 한인 브로커는 1년 동안 총 294건의 거래를 성사시켜 회사 거래순위에서 3년째 정상을 고수했다. 이들 거래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한인들 거래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개발수요를 예상하고 부동산 바람을 따라 이곳에 뛰어들은 사람들 못지않게 실속을 차린 사람들도 있었다. 이곳 고냉지 기후가 농사에 알맞다는 사실을 일찍 간파하고 이곳 산골에 들어와 영농을 시작한 몇몇 한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대추를 비롯한 과수, 특수 작물 그리고 일반 채소를 심어 한인들 시장에 묵묵히 공급한 이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수십 에이커 농지가격이 개발 바람에 따라 크게 뛰어올라 이제 은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누리게 되었다.

물론 이들이 재배하는 농산물도 한인 마켓에서 수확기만 되면 서로 구입할려고 줄을 서기 때문에 판매를 선별하여 할 정도이니 마케팅 걱정할 필요가 없고 매년 가격을 올려 받는 여유까지 누리고 있다. 이를 눈치챈 발빠른 미국 농부들이 일찌기 한인 농산물 시장에 뛰어들어 더불어 부를 움켜쥐고 있다.

이들 농부들이야 말로 농산물 재배를 통해 노다지를 찾으려 나선 것이 아니라 노다지가 저절로 굴러 들어온 경우가 아닌가 싶다. 사실 요새 옥수수, 콩 등 농산물 재배를 통해 돈버는 재미를 보는 미국 농부들이 한둘이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