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디와 방위조약 체결 논의…"한·일과 유사한 방식"

by방성훈 기자
2023.09.20 08:42:05

NYT "사우디 공격당하면 美군사지원 등 한·일과 유사"
“빈살만 왕세자가 요청, 이스라엘 수교 핵심요소 간주"
中·이란 견제 및 외교 성과 의도…美의회 통과 불투명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방위조약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영토가 공격을 받을 경우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등 한국, 일본과 군사협정과 유사한 방식의 상호방위조약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FP)


미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요청에 따라 방위조약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양측 모두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방위조약 체결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목표로 하는 외교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이란을 중동에서 공통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사우디, 이스라엘 등 기타 아랍 국가들과 협력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을 중재해 왔다. 하지만 사우디와 이란이 외교 관계를 정상화면서 난항에 부딪혔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미국과의 방위조약 체결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구축과 관련해 미국과의 방위조약 체결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이 지난 5~6월 잇따라 사우디를 찾아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 것도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회복을 포함해 방위조약 체결 논의를 위한 대응이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다만 이번 협의에선 미군을 늘리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엔 현재 약 27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사우디는 또 이스라엘과의 외교 정상화를 하는 대신 미국이 사우디의 민간 핵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취임 직후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외교적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 정부가 다급하게 움직이게 된 이유는 중동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내년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외교 성과를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 의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2018년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빈 살만 왕세자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바이든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 역시 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만큼 내부에서도 사우디와 결속을 강화하는 것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