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늦리뷰](4)네이버의 모바일 홈 개편이 의미하는 바는
by이재운 기자
2019.04.13 11:00:00
2월부터 두 달간 체험한 새로운 네이버 앱 환경
| 네이버 앱 실행시 나타나는 초기화면(가운데)과, 왼쪽으로 넘기면 처음 나타나는 커머스 관련 화면, 오른쪽으로 넘기면 나타나는 구독 언론사별 뉴스 페이지 캡처. (4월 12일 오후 2시20분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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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네이버(035420)가 모바일에서 새로운 초기화면을 선보인 지 1년 남짓이 됐습니다. 특히 올해 2월부터 iOS 버전 앱에서 새로운 버전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바로 적용해서 사용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존 버전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깨끗한’ 현재 상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뉴스를 뒤로 밀고, 대신 커머스를 전면으로 가져온 새로운 모바일 네이버를 사용하면서 변화한 점은 결국 ‘검색의 증가’입니다. 검색 서비스에 대한 집중도가 증가한 셈입니다.
하루에도 현대인들은 수 많은 정보를 접하고, 또 잊어버립니다. 과거 한 선배 기자의 말을 빌리자면 “하루가 100년 같은 시대”에 살고 있죠. 과거 100년간 발생할 정보의 양이 현대에서는 하루에 다 생겨난다는 의미입니다.
뉴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수 많은 매체에서 수 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여기에 동영상, 블로그, 포털 자체 콘텐츠 등을 더하면 셀 수 없는 수준의 콘텐츠가 양산됩니다. 이걸 다 알고 가기란 참 어려운 노릇입니다.
그래서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활발해졌지만, 어느 순간 이용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죠. 네이버의 깔끔해진 새로운 초기화면은, 이런 피로감을 덜어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검색을 할 사람은 검색을 하고, 쇼핑을 할 사람은 바로 쇼핑 메뉴로, 뉴스가 필요한 사람은 뉴스 메뉴를 선택하라. 이게 네이버가 던지는 메시지인 셈입니다. 초기화면에는 꼭 필요한 기능만 원하는 대로 집어넣고, 거기에 (비싸보이는) 단독 광고 하나만 두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죠. 구글을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구글은 애당초 검색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여하튼, 기자라는 직업상 뉴스를 자주 챙겨보는 입장임에도 초기 화면이 깔끔한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필요할 때만 보고, 검색이나 쇼핑 시에는 정신이 분산되지 않으니까요. 특히 개인적으로 즐기는 퀴즈쇼(잼라이브) 힌트를 검색할 때는 화면이 빨리 뜨기 때문에 더 편리하기도 합니다.
인기 검색어 순위가 빠진 점은 장·단점이 있지만, 적어도 ‘깔끔함’ 측면에서는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 왼쪽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에어즈 뉴스 추천 페이지, 뒤로 숨은(?) 인기 검색어 순위 차트, 사용자 맞춤형 스타일 추천 서비스 셀렉티브 화면 각각 캡처. (4월 12일 오후 2시21분~22분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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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추천 알고리즘의 완성도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에어즈 뉴스추천의 경우 네이버 측은 뉴스를 보는 빈도가 늘었다고 강조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왜 이 기사를 추천하는지 온전히 공감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위 캡처화면에 나타난 최민수씨 재판 관련 기사의 경우, 전 저 사건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맞춤형’ 추천을 했네요. 아마 다른 연예인 관련 기사를 본 데이터 때문에 된 모양인데, 만족도는 떨어집니다.
맞춤형 추천의 또 다른 문제로 언급되는 점은 바로 ‘편향성’ 우려입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를 즐겨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기사만 노출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럼 다른 팀 관련 기사는 물론 다른 종목 관련 기사도 점점 보지 않게 됩니다. 스포츠야 좀 편향적일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시겠지만, 이런 식의 ‘알고리즘’이 정치·사회 분야로도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사고의 폭이 좁아지는 문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경제 뉴스도 마찬가지죠. 전망을 다루는 기사의 경우 어떤 경우는 긍정적, 어떤 경우는 부정적인 내용을 담게 되는데, 어느 한 쪽 내용만 접하게 된다면 결국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다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보완이 필요한 것이죠.
커머스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불만족스럽습니다. 전혀 관심 없는 추천만 이어지고 있고, 무엇보다도 네이버의 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유인을 주지 못한 채 화면만 차지하는 느낌이 듭니다. 오히려 쇼핑이야 말로 고도의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준비는 아직 부족해보입니다. 네이버 앱을 그렇게 많이 사용하면서도 전 아직까지 네이버에서 뭔가 쇼핑을 한 기억이 없다는 점은, 커머스에 초점을 맞췄다는 네이버의 설명을 무색하게 합니다.
그린닷은 아직까지는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지만, 킬러 콘텐츠가 확실하지 않으면 자칫 표류할 위험도 있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