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프론티어]⑤일동제약,70년 노하우 유산균 절대강자

by강경훈 기자
2016.11.25 07:00:00

70년 유산균 연구 한우물
3000여종 보관 종균은행 경쟁력
아토피 치료물질 특허 획득
만성난치질환 치료제로 전세계 주목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예전에는 ‘유산균’이라고 하면 배앓이 하는 아이들 영양제나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간식 정도로 여겨졌다. 지금까지 유산균을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제약사가 드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동안 제약업계에서 홀대받던 유산균등 프로바이오틱스를 포함한 인체공생미생물(마이크로비옴)이 만성·난치성질환 치료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마이크로비옴이 ‘미래 유망 10대 기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미국립보건원은 지금까지 마이크로비옴 분야에 2억달러(약 2270억원)를 투자하며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유산균 분야의 선두주자로는 단연 일동제약(249420)이 꼽힌다. 창업 초기인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70년 동안 유산균 연구에 매진해 오고 있다.

일동제약 창업주인 고(故) 윤용구 회장은 창업 당시부터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유산균제제에 관심이 많았다.하지만 균 배양 기술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지금이야 집에서도 유산균을 배양해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당시만 해도 유산균 배양은 일부 선진국만 가능한 최신 기술이었다. 윤 회장은 1957년 중앙공업연구소(현 국가기술표준원)가 개최한 전시회에서 균 배양과 관련한 연구결과를 접하고 바로 연구자를 스카우트해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마땅한 시설과 장비가 없어 서울대나 중앙공업연구소의 실험장비를 빌려 연구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게 지금까지 팔리고 있는 ‘비오비타’다. 비오비타의 유산균은 위산에서 살아남아 장에 안정적으로 도달해 번식하는데 이 기술을 비오비타에 적용한 연구원이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이다. 비오비타는 57년 동안 7000만 병이 넘게 팔리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질병치료용 프로바이오틱스 본격 연구

일동제약은 마이크로비옴 연구를 강화해 프로바이오틱스를 단순히 건강기능식품 원료가 아니라 질병 치료의 원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아토피피부염, 류마티스 관절염, 대장염, 치매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용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아토피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인 ‘RHT-3201’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RHT-3201은 고분자 다당체와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라는 균을 결합시켜 면역세포의 70%가 몰려 있는 장 점막에 프로바이오틱스가 잘 달라붙을 수 있도록 했다. 아토피피부염은 면역세포인 Th1, Th2의 균형이 깨지면서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해 생기는데, RHT-3201은 면역시스템을 조절해 균형을 맞춰 아토피피부염을 치료예방하게 된다. 일동제약은 아주대병원과 함께 영유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동제약이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 개발 중인 과민성장증후군용 프로바이오틱스와 한의학연구원과 공동 연구 중인 피부주름개선용 프로바이오틱스는 각각 농림축산식품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시행하는 국책과제로 선정돼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만성장질환 치료 유산균 ACT-3302,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억제 유산균 IDCC-3201, 치매 예방물질 생성 유산균 IDCC-3801, 항류마티스관절염 유산균 CBT-5101 등을 개발 중이다.

◇장까지 안전하게 도달시키는 ‘코팅기술’ 세계 수준

프로바이오틱스는 강산성의 위산과 소화효소를 뚫고 장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도달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일동제약은 유산균을 4겹으로 감싸는 ‘4중 코팅’ 방식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 방법은 유산균을 수용성 폴리머, 히알루론산, 다공성 입자 코팅제, 단백질로 감싸 소화액이 유산균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원료를 보관할 때에도 수분 조절이 가능해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포자(胞子)가 있는 균은 외부 환경에 따라 스스로 보호막을 만드는데 이때 자가분해효소가 함께 만들어져 균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변형이 일어난다. 일동제약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균에 충격을 가해 자가분해효소를 없앤 후 마이크로캡슐로 감싸 균을 보호한다. 강대중 중앙연구소 바이오원료개발팀 이사는 “이 방법은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 원료에 적용이 가능해 살아있는 균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부터 제품생산까지 전 과정 자체 해결

일동제약은 프로바이오틱스의 연구개발부터 원료 생산, 제품화, 유통, 마케팅 등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경기 화성시 일동제약 중앙연구소에는 바이오분야 전문 연구인력 30여명이 프로바이오틱스를 연구하고 있다.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소에는 그간 연구개발해 얻은 3000여 종의 방대한 프로바이오틱스균주가 보관돼 있다. 강재훈 일동제약 중앙연구소장은 “종균은행은 그 자체가 일동제약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마이크로비옴 기반의 신약 연구도 담당한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 포승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인 50T급 발효기를 갖추고 유산균 원료를 직접 생산한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위탁생산해 판매하는 것과 달리 일동제약은 연구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하는 것이다. 강재훈 연구소장은 “마이크로비옴 분야는 선진국들도 최근에야 관심을 갖게 된 분야”라며 “70년 쌓은 프로바이오틱스 연구의 노하우를 접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