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톺아보기]창사60주년에 계열사 매각하는 대한제당
by박수익 기자
2016.06.19 11:00:48
키움증권과 금융계열사 TS저축은행 매각 협상 MOU
주력 설탕사업 안정적이나 성장성 높진않아
최근 차입금 증가로 신평사 등급전망 ''부정적'' 제시
저축은행 매각은 재무개선과 함께 사업구조 재편 포석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지난 15일 대한제당(001790)이 자회사 티에스(TS)저축은행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공시가 나왔습니다. 계약 상대방은 키움증권입니다. 아직 양해각서 체결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실사와 본계약체결, 대금납입까지 단계가 남아있습니다만 현 시점에 매각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 6월 15일 대한제당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 공시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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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당은 1956년에 창립해서 올해 60주년이 된 설탕 만드는 회사입니다. 우리나라에 3대 설탕회사가 있는데 CJ제일제당(097950) 삼양사(145990) 그리고 대한제당(001790). 다 상장회사입니다. 삼양사는 삼양라면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라면 만드는 곳은 삼양식품(003230)입니다. 삼양사는 큐원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곳이고 설탕과 밀가루, 마가린 만드는 회사이면서 화학업도 하고 있습니다.
설탕시장 점유율은 CJ제일제당이 50% 삼양사가 30% 대한제당이 20% 입니다. 시장점유율은 대한제당이 낮은 반면 개별회사의 전체매출에서 설탕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한제당이 가장 높습니다. 대한제당은 전체매출에서 설탕사업이 35%를 차지합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설탕 점유율이 높긴 하지만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한제당만큼 높지는 않습니다.
대한제당은 사료산업도 하는데 시장점유율은 3%, 매출비중은 28%정도입니다. 이외에 고기유통 등도 하고 있지만 주력은 설탕, 두 번째 사업은 사료입니다.
연결기준으로 실적이 합산되는 자회사도 있는데요. 송추CC 골프장 운용하는 TS개발, 치킨패스트푸드 파파이스 체인을 운영하는 TS푸드앤시스템 그리고 금융계열사로 이번에 매각키로한 TS저축은행 등이 있습니다. 회사이름 앞에 붙는 TS는 대한(T)제당(S·슈가)의 약자입니다.
대한제당의 주력인 설탕사업은 안정적입니다. 3사 과점의 설탕업계 구조가 형성된 시점이 50년대 말부터라고 하니까 오랜 기간 현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죠. 그 사이 새로운 업체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설탕은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에 매출은 안정적이지만 그러나 갑자기 설탕소비 폭증하지 않기에 성장속도가 빠르지도 않는 사업입니다. 그에 비해 공장을 지어야하는 설탕산업 자체가 일단 공장과 기계설비를 갖춰야하는 장치산업이어서 투자비용이 들고 그래서 신규사업자가 진입해도 자리 잡기 쉽지 않은 산업입니다.
대한제당에는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이익률이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2012년 이후 5%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회사는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재무구조가 다소 안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재무구조가 안 좋아졌다는 것이 요즘 계속 나오는 해운업종같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건 아니고요. 그동안 원재료가격 상승으로 운전자금(일반적인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이 증가했고 인재개발원을 짓고 계열사에 투자도 하면서 전반적으로 차입금이 다소 늘어난 상황입니다. 또 두 번째 사업인 사료사업이 최근 부진했고요. 작년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게 다 실적과 재무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였습니다.
대한제당의 차입금에는 온전한 빚이 아닌 ‘유산스’라고 하는 어음성격의 거래가 25% 정도 있어서 실제 차입부담은 지표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영업수익이 갑작스레 좋아질 수 없는 사업구조상 늘어난 차입금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신용평가회사들은 최근 대한제당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습니다. 등급전망은 향후 1~2년 내 등급변동 가능성을 담고 있는 부호인데 ‘안정적’이면 현 등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부정적’이면 강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대한제당은 2010년께부터 현재의 신용등급(A-)을 받고 있는데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그만큼 회사의 대외신인도에도 좋지않고 이자 등 각종 금융비용도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겠다는 판단에 이른 것 같고, 예상보다 빨리 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제당이 매물로 내놓은 TS저축은행은 서울 강남에 본점이 있고 여의도와 교대역에 출장소를 두고 있는 서울에서 영업하고 있는 저축은행입니다. 규모가 큰 곳은 아니지만 이익이 꾸준히 나고 강남에 본사사옥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매각가격을 산정하는데 반영됩니다.
최종적인 가격이 나와야 구체적인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TS저축은행 매각으로 유입되는 현금을 재무개선에 활용한다면 현재 지적되고 있는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설탕 만드는 회사에게 금융업은 사업적 연관이 전혀 없는 비주력사업이었는데 이런 부분을 정리하면서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면서 확보한 현금으로 재무개선을 이끌어내고 주력사업과 신사업을 강화한다는 판단인데요. 최종적으로 매각이 잘 성사된다는 전제하에 이러한 경영 판단은 요즘 자주 목격할 수 있는 ‘뒤늦은 구조조정’의 장면들과 비교해보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재무개선이나 구조조정을 쫓기듯 다급하게 처리하다보면 비주력사업이 아니라 알짜 핵심사업을 울며겨자먹기로 정리해야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