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원지 '담합' 업체에 과징금 1184억..역대 최대

by최훈길 기자
2016.03.13 12:00:00

공정위, 12개 업체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적용
5년간 강남 등 식당서 모여 9차례 가격 ''짬짜미''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골판지 상자의 주재료인 골판지 원지의 가격을 5년간 담합해 온 업체들이 역대 최고치 과징금과 고발 처분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골판지 원지 가격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담합해 온 12개 제조업체에 과징금 총 1184억원, 시정명령(법 위반 행위 향후 금지명령)을 부과하고 각 법인을 모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카르텔조사과 관계자는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에 부과한 액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아세아제지, 경산제지, 신대양제지, 대양제지공업, 동일제지, 월산, 동원제지, 동일팩키지, 고려제지, 대림제지, 한솔페이퍼텍, 아진피앤피 등이다. 이들 12곳은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원지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2007년 6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담합을 통해 9차례나 가격을 인상했다. 이들은 골판지 원지의 원재료인 폐골판지 가격이 인상되면 사장단·영업담당 임원급 모임을 통해 원지 가격의 인상 폭과 시기를 합의했다.



대표이사들은 강남구 소재 모식당에서, 수도권 소재 4개 대형사의 영업 임원들은 시흥시 소재 모 식당 등에서 모여 논의를 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9차례에 걸쳐 골판지 원지의 톤당 가격을 2만∼9만 5000원씩 인상했다.

이들 업체는 폐골판지 가격 하락으로 원지 가격이 하락추세였던 2009년 상반기에는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월 3∼5일씩 조업을 단축하기로 했다. 또 이들은 실제로 조업을 단축하는지 서로 감시하기 위해 각 사의 한국전력(015760)공사 아이디,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전력사용량을 확인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담합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19조 1항 1호·가격합의)’을 적용했다. 담합 관련 과징금은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들 12개 업체에 9500억원 상당의 과징금 상한액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통보했다. 이후 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어 과징금 고시에 따라 법 위반 중대성 수준, 감경 사유 등을 고려해 1184억원 과징금을 확정했다.

카르텔조사과 관계자는 “원지 가격 담합은 심각한 경쟁제한을 초래하고 원단·상자 등 후속산업, 소비재 가격에도 피해를 미칠 수 있다”며 “소비자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간재 담합의 적발·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