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직면한 전남…합계출산율 1위 비결은 '지방주도'"[ESF2025]

by함지현 기자
2025.06.16 05:30:00

(22)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인터뷰
"저출생 지역 정책, 인구 증가 아닌 자생력 회복 우선"
‘인구 대전환 프로젝트’ 1.3조 투입…장기 정착 유도
"정책 성과 위해 지방이 권한 가져야…지방세 비율 확대 必"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전라남도는 재생에너지의 수익을 도민에게 환원하는 ‘햇빛·바람연금’ 같은 기본소득을 운영 중인데, 저출생 대응 정책과 결합해 긍정적인 인구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런 지역 맞춤형 접근은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뒷받침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구 위기와 지방소멸 극복 해법으로 ‘지방주도 균형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지역은 자생력을 키우고 국가는 균형 잡힌 지원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는 개념이다. 김 지사는 오는 19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이데일리-정책평가연구원(PERI) 스페셜 심포지엄’에 참석해 ‘저출생 시대의 지역정책’을 주제로 전남도의 핵심 추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전남이 직면한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지방 주도의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저출생 시대 지역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인구 증가가 아닌 지역 스스로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자생력 회복”이라며 “전남은 인구 감소를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의 폐교, 병원의 감소, 지역상권의 몰락, 농어촌 공동체 해제 등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구조적 위기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라남도는 전국에서 인구 감소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1990년대 250만 명에 달하던 인구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현재 178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34년간 70만 명이 줄어든 수치로 여수와 순천, 광양 인구를 모두 합한 규모와 같다.

인구감소의 주된 원인은 빠른 고령화와 청년인구 유출이다. 전남도는 매년 2만여 명이 사망하고 수도권 집중화로 매년 8000여 명의 청년이 빠져나가고 있다. 통계청은 현재 추세가 지속할 경우 전남 인구가 2030년에는 160만 명대, 2043년에는 150만 명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인구 비중은 2020년 22.9%에서 2050년 49.5%로 급등할 것으로 예측한다.

전남도는 이를 지역사회 기반의 붕괴로 인식, 2024년을 ‘지방소멸위기 극복 원년’으로 선포하고 종합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족·기회·유입·안착·공존의 5대 전략 아래 2030년까지 총 1조3187억원을 투입하는 ‘인구 대전환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출생기본수당, 청년 창업 지원, 고령친화 인프라 등을 통해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고 장기 정착을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또한 청년 중심의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귀촌인에게는 단기 체험부터 주거·일자리 연계·공동체 적응까지 단계별 맞춤 지원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34년까지 벤처창업 3000개, 스케일업 300개, 밸류업 30개 기업을 육성하는 ‘3·3·3 프로젝트’와 신혼부부와 청년들이 월 1만원의 임대료로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전남형 만원주택’을 추진 중이다. 또 공공산후조리원을 도입했고 야간 돌봄을 위한 ‘전남형 24시 돌봄어린이집’도 확대하고 있다.

김 지사는 “청년과 귀촌인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삶의 기반을 함께 만들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청년과 귀촌인이 머물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이 인구 위기와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남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보다 0.31명 높은 1.13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올해 1~3월 누적 출생아 수도 22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늘었다. 김 지사는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지방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실질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지방의 자치입법권과 재정 권한을 강화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설계·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은 이를 유연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지방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자립이 필수라고도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43.2%로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한 자율성과 책임성,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특히 전남은 고령화와 산업 기반 취약 등 세수 확보에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재정자립도가 23.7%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한 예로 전남이 농림축산식품부로 받던 귀농·귀촌 국비 지원이 지난해부터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김 지사는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25%인 지방세 비율을 40%까지 확대 △지역 특화산업 육성 △청년 인구 유입 세원 발굴 등을 통해 자체 세입 기반 강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고 지역 중심의 경제·산업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소개했다. △지역 맞춤형 첨단산업 육성 △해상풍력 집적화단지·영농형 태양광 발전단지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기본소득 실현 △인공지능(AI) 에너지 신도시 ‘솔라시도’ 조성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호남권 메가시티 등 초광역 연합체 구성 등이다.

김 지사는 “수도권에 인구, 산업, 자본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지방은 청년 유출로 고령화가 심화하고 이는 결국 지방소멸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정, 산업, 인프라가 결합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제일고 △건국대 행정학 학사 △시러큐스대 맥스웰행정대학원 석사 △제21회 행정고시 △강진군수 △완도군수 △행정자치부 홍보관리관 △전남 행정부지사 △제18대 국회의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제38대·39대 전라남도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