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간병비에 등골 휘는 자녀들, 외국인 돌보미 도입해야

by논설 위원
2024.03.07 08:40:22

노인 간병비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가 노부모를 위해 간병인을 써야 할 경우 월평균 간병비가 37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자녀 가구(40~50대) 중위 소득의 60%를 넘는 수준이다. 맞벌이 시대에 병든 노부모를 위해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간병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육아 비용 부담도 급증해 ‘돌봄 지옥’,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간병비는 2016년 대비 50%나 올라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28%)을 크게 앞질렀다. 간병비가 치솟는 이유는 빠른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궂은일을 기피하는 ‘3D 현상’ 등으로 간병 인력의 공급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돌봄서비스직(육아·가사도우미 포함) 인력은 현재도 19만명이 부족한 상태이며 2042년에는 부족 규모가 최대 155만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간병비가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는 대신 직장을 그만두고 직접 간병에 나서는 자녀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이들의 취업기회 상실은 가계소득 감소에 그치지 않고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은 보고서는 이에 따른 경제 손실이 2022년 19조원에서 2042년에는 46조~7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추정대로라면 부모 간병으로 인한 한 해 노동력 손실액이 20년 뒤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1~3.6%에 이른다는 것이다.

치솟는 간병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사례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 나라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간당 평균임금은 1721~2797원(2022년)으로 한국(1만 1433원)의 4분의 1~6분의 1 수준이다. 외국 인력 활용에는 최저임금 예외 적용이 선결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저출산 대응책의 하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사에만 국한하지 말고 간병인까지 포함해 외국인 도우미 도입 방안을 추진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