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의 화려한 변신…스티로폼보다 싸고 재활용도 가능한 보냉박스

by김영환 기자
2024.03.06 08:21:22

골판지 종이박스로 스티로폼 박스 대체…이해성 태림포장 전무 인터뷰
“스티로폼의 98% 성능…이론상 스티로폼 보냉 효과 이상도 가능”
마켓컬리 비롯해 30여 곳 넘는 업체에서 테코 박스 문의…“시장 대체할 것”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골판지는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의 사실상 마지막 활용단계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택배상자를 중심으로 반짝 매출 증대 효과가 있었지만 혁신적 제품군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태림페이퍼는 생각이 달랐다. 종이상자에 보냉 기능을 더하면 스티로폼 상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부 제품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사용하던 스티로폼 상자 사용을 줄일 수 있다면 말 그대로 혁신적으로 친환경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해성(왼쪽) 태림페이퍼 전무과 장정원 태림페이퍼 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이 테코 박스를 선보이고 있다.(사진=김영환 기자)
태림페이퍼 기술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해성 전무는 지난 2020년부터 태림페이퍼에 합류해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보냉 종이상자 ‘테코 박스’를 개발한 주역이다. 테코 박스는 세계적인 ‘탈 플라스틱’ 추세에 발맞춰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자 했던 의지의 결과물이다.

이 전무는 최근 경기 시흥 소재 태림페이퍼 연구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환경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자는 취지로 연구에 매달렸다”라며 “지구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소재가 셀룰로스다. 종이로 보냉상자를 대체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셀룰로스는 종이의 원료인 펄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물질이다. 재활용과 분해가 가능해 더없이 친환경적이다. 반면 스티로폼의 원료인 폴리스티렌(PS)은 플라스틱이어서 소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테코 박스의 원리는 스티로폼과 같다. 외부의 열을 차단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매개는 ‘공기’다. 스티로폼이 폴리스티렌 내부에 공기를 넣은 EPS(Expanded PS)라면 테코 박스는 종이를 통해 공기를 가둔 제품이다.



이 전무는 “석유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물질이 2차 산업혁명을 이끌었지만 이 물질들이 현재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다”라며 “테코 박스는 스티로폼 상자 대비 98% 가량의 성능을 확보했다. 이론상 스티로폼 상자보다 더 오래가는 제품을 만들 수도 있어 대안이 되기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테코 박스의 또 다른 장점은 가격이다. 종이컵이나 종이빨대, 종이도시락 등은 소비자의 입을 대야 하는 제품들이라 ‘버진 펄프’ 함량이 높다. 테코 박스는 제품 보호가 유일한 목적이라 재활용 종이를 사용할 수 있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이 전무는 “스티로폼 상자 가격의 80~90% 수준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다”며 “제품 성능을 조정하면 더 저렴한 박스를 만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육류나 생선 등의 제품은 0℃ 가량의 온도를 17~18시간까지 유지해야 하지만 채소류 제품은 이보다 낮은 온도로도 신선 배송이 가능하다. 이미 마켓컬리 등에 납품하고 있는 테코 박스는 스티로폼 상자 대비 65~80% 수준의 성능으로 납품 단가를 낮췄다.
(그래픽=태림포장)
물류비와 보관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이다. 스티로폼 상자는 부피를 줄일 수 없지만 테코 박스는 접기 전 상태로 배송하고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다. 인쇄가 불가능한 스티로폼과 달리 종이보냉상자에는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인쇄도 가능하다.

이 전무는 “최근에 테코 박스 성능이 향상되면서 제품 사용에 대한 의뢰를 해온 기업이 30곳 이상이 된다”라며 “택배·배송 업체 뿐만 아니라 제약사로부터도 테코 박스 성능이면 충분하다는 답을 받았다. 추가 연구를 거쳐 스티로폼 박스 시장을 완벽하게 대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