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늦리뷰](7)카카오뱅크 '모임통장' 서비스,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by이재운 기자
2019.05.11 11:00:00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총무님 수고하셨어요!”라는 말만 수 십번 지친 그대, 혹은 데이트 통장 만들자 해놓고 ‘먹튀’한 ‘구 애인’ 때문에 가슴앓이 해본 그대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지난해 말 처음 선보인 카카오뱅크의 ‘모임 통장’ 서비스입니다.
대학교 동아리, 친구들 모임, 산악회 회원 등 다양한 모임의 예시를 든 광고로 눈길을 끈 이 서비스는 이후 데이트 통장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핀테크 서비스 업체들이 선보인 여러 비슷한 서비스가 있음에도, 유독 ‘카뱅 모임통장’이 인기를 끄는 요소를 이번 ‘늦리뷰’에서 짚어봤습니다.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는 직관적인 사용성이 큰 몫을 담당했습니다. 계좌를 운영하는 (대개의 경우)‘총무’가 대체 회비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무작정 신뢰하기도 어렵고, 또 모임 후 발생한 회비를 다시 나눠 보내는 과정이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었죠.
총무 입장에서도 우선 회비를 제때 보내지 않아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많고, 간혹은 정당한 회비 집행도 기억의 차이로 인해 시비가 발생하면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그로 인해 모임이 깨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죠.
모임통장 서비스는 이런 점을 일거에 해소했습니다. 우선 회원들은 총무가 개설한 모임통장의 입출금 내역을 실시간으로 전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사’ 작업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죠.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줄어듭니다.
또 회비를 나누고 입금하기 편리하도록 한 ‘회비 입금’ 기능도 제공하는데, 총무가 아직 회비를 보내지 않은 회원에게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을 이용해 보다 완곡한 표현으로 자연스럽게 입금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카드 이미지도 제공합니다. 카카오톡 속 이모티콘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달래는 셈이죠.
모임 통장에서 자동이체를 통해 적금을 들거나 연계된 체크카드를 발급해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공동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것도 가능한 셈입니다.
아쉬운 점은 사실 꼽을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굳이 꼽자면, 회원들도 카카오뱅크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예시로 보여드리는 화면은 실제로 데이트 통장으로 모임통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커플의 경우입니다. 계좌를 개설한 총무 역할은 당연히 카카오뱅크 앱을 설치해야겠지만, 회원의 경우에도 역시 카카오뱅크 앱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습니다. 물론 친구(회원) 추가를 통해 한 방에 이어지는 링크를 제공하긴 하지만 말이죠. 카카오톡 서비스와 연계해 별도로 앱을 설치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대신 회원은 굳이 카카오뱅크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단지 입출금 내역 확인과 편리한 회비 입금을 위해 카카오뱅크 앱을 이용하는 형태입니다.
갈수록 ‘엔빵’(전체 비용을 인원대로 나눠서 균등 부담하는 계산 방식)이 확산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서비스는 인기를 얻어나갈 것입니다. 카카오뱅크가 어떤 점에서 인기와 호응을 얻고 있는지 돌아보며 핀테크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