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소비자의날·美연준·和총선, 모두 괜한 걱정이었다

by이정훈 기자
2017.03.16 07:04:43

中CCTV 완후이에 韓기업 등장 안해
美연준도 예상수준 이상 매파성향 안보여
네덜란드 총선도 극우정당 돌풍 없어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15일을 전후로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우려했던 3대 악재가 한꺼번에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자의 날`을 맞아 중국 관영TV가 한국 기업 때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네덜란드에서 극우정당이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도 괜한 기우(杞憂)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라는 이름하에 마음에 안드는 외국 기업들을 골라 때려온 악명높은 중국 CCTV `완후이`는 한국 기업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희생양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빗어간 것. 현지시간 15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 두시간 동안 방송된 올해 완후이에서는 검색사이트인 바이커닷컴을 비롯해 불법 렌즈 판매업체, 동물사료, 일본 식품업체, 나이키 허위광고 등이 도마에 올랐다. 외국기업은 일본 제과회사 가루비, 무인양품, 이온슈퍼와 미국 나이키가 포함됐다.

완후이가 최근 수년 동안 외국기업을 집중 타깃으로 해왔던만큼 올해는 사드보복 차원에서 한국 기업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해 중국 측으로부터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롯데의 경우 이번 방송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과 달리 한국 기업이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아 중국내 한국 기업들은 한시름 덜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예상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았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점진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점진적이라는 건 말 그대로 점진적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게다가 연준은 성명서에서 연준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가 “대칭적(symmetric)”라는 문구를 집어 넣었다. 물가 목표가 대칭적이라는 건 연준 목표가 물가상승률 2%를 절대 넘기지 않는 게 아니라 2%를 기준으로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결국 일시적으로 물가가 2%를 넘어가더라도 용인하겠다는 뜻.

연준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있었던 것도 확인됐다. 애초 시장은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90%가 넘는다고 봤다. 연준의 금리 인상 신호가 워낙 강력했다. 이런 때는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 결정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위원들 가운데 금리 인상에 반대한 사람이 나왔다. 평소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알려진 닐 카시카라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금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라며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점도표 역시 지난해 12월 공개됐던 것에서 변화가 없었다. 점도표는 지난번 회의와 같이 올해 3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같은 예상 수준의 FOMC 결과는 뉴욕증시 상승과 달러화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2.73포인트(0.54%) 상승한 2만950.1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9.81포인트(0.84%) 오른 2385.26을, 나스닥지수는 43.23포인트(0.74%) 높은 5900.05에 장을 마감했다. 반대로 달러 값은 크게 떨어졌다. 현재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1.13% 하락한 100.59를 나타내고 있다.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돌풍은 없었다. 선풍적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했던 극우정당인 자유당(PVV)는 반란을 일으키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이 여전히 의회내 제1당 지위를 유지할 것이 유력해졌다. 이날 네덜란드 국영 방송인 NOS가 오후 9시에 선거가 끝나자마자 공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VVD가 의회내 전체 150석 가운데 31석을 차지해 제1당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반(反) 유럽연합(EU), 반(反) 이슬람, 반(反) 난민’을 외쳤던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PVV는 19석을 차지해 지난 선거보다 4석을 더 얻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선거 결과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선거 막판에 불거진 이슬람국가 터키와의 외교적 갈등에 대해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했던 빌더르스의 PVV에 비해 뤼테 총리가 이끄는 VVD의 차분하고도 외교적인 대응이 네덜란드 국민들의 마음을 얻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PVV는 선거 초반에는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집권 이후 EU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한데 이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폐쇄하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금지하며 난민들에게 네덜란드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과격한 공약을 밀고 나간 것이 막판 반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던 극우 포퓰리즘은 이번 네덜란드 선거에서는 미풍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이번 총선은 다음달과 5월에 잇달아 치러질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 투표 및 결선 투표, 오는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실시돼 유럽 극우 포퓰리즘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로 주목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