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연호 기자
2016.05.05 07:30: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국내 3대 공제회 가운데 한 곳인 행정공제회(POBA)가 올초부터 다양한 분야의 대체투자처 발굴에 나서며 대체투자에서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사모투자펀드(PEF)는 물론 사모대출펀드(PDF·Private Debt Fund), 기업 인수·합병(M&A)까지 망라하는 먹성 좋은 대체투자 집행을 통해 수익률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행정공제회는 최근 유럽 주요국의 오피스빌딩 투자를 위한 위탁운용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유럽 주요 도시의 핵심(Core) 오피스 매입 및 운용을 위한 자산운용사 1개팀(국내운용사+해외운용사 혼합)을 선정해 2500억원 내외의 자금을 맡길 계획이다. 주요 도시 내 업무와 상업시설이 집중돼 있는 중심업무지구(CBD) 대상으로 투자처가 확정되면 자금을 집행하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이다. 이를 통해 행정공제회는 연평균 5%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행정공제회는 해외 PDF에 지난 2013년 이 부문 투자에 나선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인 1억달러(약 115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또 3월에는 해외 블라인드 PEF에 대한 출자 규모를 지난해 1억 달러 대비 2배 증가한 2억달러로 확대하기도 했다.
국내 부동산시장에 대해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해 잇따라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 3월 서울 서초동 초역세권 강남대로변의 나라빌딩 인수에서 우선주에 300억원을 출자했다. 보통주에 코람코자산신탁과 임차인 겸 투자자인 에이플러스에셋이 같이 들어가는 안정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같은 달 밸류애드(Value-add·가치 증대형) 리테일 부동산 투자방식의 펀드에도 2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상가 등 중소형 리테일 부동산에 투자할 목적으로 지난해 캡스톤자산운용을 위탁운용사로 선정해 출자자(LP) 모집을 했고 여기에 행정공제회가 참여한 것이다. 공실이 있는 상가 건물을 저가에 사서 리모델링등을 통해 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형태의 밸류애드 투자를 통해 행정공제회 등 출자자(LP)들은 연간 내부수익률(IRR) 10~15%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행정공제회는 해외 인프라 펀드에도 조만간 출자를 계획하고 있다.
행정공제회가 이처럼 대체투자에 적극 나서는 목적은 무엇보다 수익률 제고다. 지난해 약 8조2200억원의 총자산 가운데 약 3조8500억원(46.8%)을 대체투자에 집행한 행정공제회는 투자자산 중 가장 높은 수익률(6.4%)을 대체투자에서 내놓기도 했다. 행정공제회는 올해 대체투자 비중을 50% 이상 수준까지 늘릴 방침이다. 대체투자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 그만큼 리스크도 큰 전형적인 고수익·고위험 투자 방식으로 한 때 국내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불렸던 한 공제회는 무리한 투자로 큰 손실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공제회는 채권 투자의 안정성과 대체투자의 수익성을 접목한 차별화된 투자처 발굴에 나서며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장동헌 사업부이사장은 “일각에서는 두 자릿수의 기대수익률을 낼 수 있는 대체투자처를 권유하기도 하지만 리스크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5~6% 수익률이 나올 수 있도록 채권적 성격을 좀 더 많이 갖고 있는 투자처를 발굴해 분산 투자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린필드(green field·리스크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가 아니라 브라운필드(brown field·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안정성이 높은 투자처) 위주로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