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환율정책

by김보리 기자
2013.05.07 09:29:51

[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장·교수] 박근혜정부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을 따르면서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고환율정책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명박정부가 출범초기부터 고환율정책을 사용해 경기를 부양하려고 했다가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겪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환율정책으로 비록 수출은 늘어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돼 대외적 건전성은 유지되었지만 국내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내수가 감소해 국내경기를 회복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장
이렇게 보면 앞으로 환율은 적정환율보다 낮게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보다 금리가 높고 성장률이 높은 상황에서 일본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외국자본이 과다하게 유입되는 경우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낮아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환율로 내수를 부양시키는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환율정책은 박근혜정부의 수출정책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수출을 통해 성장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만든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통상기능을 산업과 합쳐 수출을 통해 경제부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출증대는 환율을 높이기보다는 국내물가를 안정시키고 생산성을 높여 수출경쟁력 제고를 통해 이루려고 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기획재정부가 엔저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국내물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여서 대응하겠다는 것을 발표한 데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환율정책은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박근혜정부는 출범초기부터 다양한 대외적 충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양적완화정책으로 달러당 엔화환율이 작년초 75엔에서 100엔대로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 지고 있다.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은 급격히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 1997년과 2008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돼 외국자본이 유출되면서 외환위기와 외환부족을 겪은 적이 있다.



다음으로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환율은 적정환율보다 낮아지면서 우리경제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수출이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가 악화될 경우 유입된 자본이 유출되면서 외환부족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본유입이 과도한 경우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은 적정환율이 아니다. 외국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면서 환율이 적정환율보다 더 많이 하락하면서 수출이 감소해 위기를 겪은 후 환율은 크게 상승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이 자유화된 소규모 국가에서는 적정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저환율로 내수를 부양시키기 어렵고 단기간에 물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내수시장이 작은 우리경제의 특성상 단기간에 내수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내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환율을 내리기 보다는 수출을 내수로 연결시키는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과 과도한 노사분규와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물가와 생산성을 높여 수출경쟁력을 높일 필요는 있지만 단기간에 물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기는 불가능하므로 적정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수출증대에 있어서 중요하다.

박근혜정부는 환율정책의 방향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지는 못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필요한 경우 시장개입을 통해 적정환율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엔저에 대응하고 수출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대외적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지금 환율정책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박근혜정부의 성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외환당국은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