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병묵 기자
2012.08.17 10:00:46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870만 회원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KT를 상대로 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이으면서 이번 소송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가 이번 사건과 관련 ‘고객 피해가 입증되지 않는 한 배상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KT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소송인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양측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00원 소송’을 내건 법무법인 평강은 약 3만명의 소송인단을 모집, 조만간 KT(030200)와 KT 고객정보 서버를 해킹한 범인들에게 손배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15일에는 또다른 KT 고객 100명이 1인당 50만원씩 보상하라는 손배소를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유출 소송의 경우 판례가 많지 않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유사 사건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고 승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봤다.
개인정보 유출 소송을 진행했던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법원과 검찰은 기업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 편이었다”며 “그러나 날로 범행 수법이 진화하고 해킹이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앞으로는 개인정보 유출만으로도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0년 1월 옥션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배소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옥션이 법적 보호의무를 다했고 기술적으로 해킹을 막기 어려웠다”고 판시했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은 온라인게임 이용자 132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넥슨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최근 네이트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유모 변호사가 손배소를 통해 위자료 100만원을 받아내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하나로텔레콤 정보유출 사건의 피해자 2500명에게 10만원씩 배상하라는 법원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한편 소송 참여 규모도 중요하다는 관측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소송인단 수와 청구 금액이 기업에 막대한 타격을 가할 정도라면 판결하는데 사법부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옥션 소송을 진행 중인 김현성 변호사(법무법인 상선)은 “회사가 회원 개인정보를 책임지지 못한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되기 때문에 1심 승소 가능성을 높게 봤었다”며 “그러나 14만명에 달하는 원고의 손을 들어 주는 것이 재판부에게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옥션 소송은 1심에서 14만명에 달했던 소송인단이 2심에서는 3만명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이 소송은 원고 측이 제기한 해킹 경로 관련 정보공개청구 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대로 2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이어 “소송인단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2심에서는 1심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