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약세, 韓 수출부양 효과 줄었다-닛케이
by김경인 기자
2008.11.04 09:23:08
니혼게이자이 보도
주요 기업 해외 생산비중 확대
원화약세, 得보다 失 커져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한국의 원화 약세가 예전만큼 한국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수출기업들의 해외 생산비중이 높아진 것이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원화약세는 양날의 칼이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기여하지만, 동시에 수입 원자재 가격을 높이고 외화표시 자산의 가치를 크게 하락시키기 때문이다.
원화약세는 그간 수출 주도의 성장세를 보여온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 기업들의 해외생산 비중이 크게 확대돼, 예전만큼 원화약세의 긍정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삼성전자와 현대차(005380) 등 주요 수출기업들을 예로 들어, 원화약세가 예전만큼 한국 경제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화는 지난달 28일 달러 대비 1467.8원까지 상승, 원화가치가 올해 초 대비 60% 이상 낮아졌다.
삼성 그룹 전체의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00원 싸질 때마다 약 3조5000억원의 이익 증가를 보여왔다. 그러나 해외 생산이 급증함에 따라 이익 규모가 2조원 수준으로 제한된다고.
원화 가치가 본격 상승한 2004년 가을이후 삼성전자는 TV와 휴대폰 등의 해외 생산을 확대했다. 국내에서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고마진 디지털 가전 등을 주로 생산했다.
현대차 역시 유사한 상황이다. 생산을 상당부분 미국과 중국, 인도로 이전함에 따라, 현대차의 세계 판매량 중 한국에서 생산되는 비중이 2004년 54%에서 2008년 39%로 줄었다. 그 결과 원화약세의 메리트는 줄고 위험부담은 높아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최근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기업들의 원자재 등 수입물가가 20% 가량 올랐다.
신문은 이로인해 수출 증가 효과가 모두 상쇄됐으며, 포스코 등 수출비중이 낮은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화약세는 또한 일부 기업들의 재무제표에도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최근 파생상품 거래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기아차(000270)는 3분기 외화표시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이와 관련 현대증권은 한국의 153개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올해 3%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외 수요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며, 아울러 원화약세에 따른 환차손도 실적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