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 SAF 시범 도입 확대…"정부 지원 필요"

by이윤화 기자
2025.12.01 05:30:01

[미래기술25②]
항공사 국내 여건과 별개로 국제 규정 준수해야
항공유 대비 2배 이상 비싼 SAF, 확산은 어려워
국내 항공사 중에선 대한항공만 SAF 사용 늘려
LCC 평균 항공운임 낮아 SAF 감당할 여력 없어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개발 및 생산 수준과 별개로 국제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국내 항공사들은 혼합 연료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SAF는 폐식용유, 동·식물성 유지 및 부산물, 농업 폐기물 등에서 얻은 바이오원료 등을 활용해 만들며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약 80%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연료입니다.

지난 2022년 대한항공이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화물기 시범 운항을 위해 급유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지난 2022년 10월 열린 제41차 회원국 총회에서 2050년 ‘넷 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의 참여를 독려했기 때문입니다. CORSIA는 탄소 배출량 기준을 초과해 배출한 항공사에 대해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2024년 1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126개국이 자발적 참여를 선언했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회원사들도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SAF 활용 확대에 합의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2027년부터 국제선에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라 항공사들은 미리 준비를 하고 있지만, 실제 도입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SAF가 일반 항공유보다 2배 이상 비싸고 공급량도 많지 않아서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모두 일부 노선에만 제한적으로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항공이 지난 11월 20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삼성E&A와 ‘SAF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왼쪽)과 남궁홍 삼성E&A 대표(오른쪽)가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국적 항공사 중 SAF 도입에 가장 앞선 곳은 대한항공입니다. 대한항공은 2017년 SAF를 처음 도입해 유럽 일부 노선에서 적용했고, 지난해에는 국내 항공사 최초로 국산 SAF를 혼합 급유한 여객 상용노선(인천~하네다)을 운항한 바 있습니다. 대한항공 ESG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AF 사용량은 15만1344USG(미국갤런)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대한항공은 또 정부 정책에 발맞춰 최근 국내에서 생산한 SAF 사용 노선을 확대했습니다. 새롭게 SAF를 사용하는 노선은 인천발 일본 고베행 KE731편과 김포발 일본 오사카행 KE2117편으로, 9월 19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약 16개월간 운항합니다. KE731편 90회, KE2117편 26회 등 총 116회 운항분의 항공유 중 1%를 국산 SAF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삼성E&A와 ‘SAF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각사가 보유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안정적인 SAF 생산·공급망을 구축하는 한편 관련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데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MOU는 △해외 SAF 생산 프로젝트 발굴 및 검토 △SAF 장기 구매 참여 검토 및 상호 지원 △SAF 관련 신기술·프로젝트 투자 검토 △대한항공의 삼성E&A ‘SAF 기술 동맹’ 파트너 참여 등을 골자로 합니다.

아시아나항공도 SAF 도입 경험은 있지만 대한항공보단 확대 속도는 느린 편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2022년에 파리 출발편에서 SAF 사용을 시작했고, 2025년에는 인천~하네다 구간에서 주 1회 SAF 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전체 사용량은 매우 낮아서 ESG 보고서 기준으로 SAF 사용 비율이 거의 0%대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기 중인 항공기들. (사진=연합뉴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SAF 도입을 시작했지만, ‘착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LCC는 평균 항공운임이 낮고 가격 경쟁이 치열해, SAF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시적으로 SAF 도입 운영을 한 사례에 그치는 수준에 머무르는 이유입니다. 티웨이항공은 2024년 9월 말부터 인천∼구마모토 노선에서 SAF를 1% 혼합한 연료를 사용했고, 진에어도 2024년 11월부터 인천∼기타큐슈 노선에서, 이스타항공은 2024년 12월부터 인천∼간사이 노선에서 SAF 혼합유를 사용한 바 있습니다. 또 제주항공도 인천∼후쿠오카 노선에서, 에어프레미아는 인천∼나리타 노선에서 SAF 혼합유를 투입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 전체로 보았을 때 국내 항공사들의 SAF 도입 및 활용 비중은 매우 낮고, 실질적 탄소 저감 효과는 아직 미미하지만 중장기적 시각에서는 발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2027년 SAF 도입 의무화 예정, 정부의 SAF 시장 활성화 전략, 정유사와 공항공사 및 항공사 간 협력 강화 등이 맞물려 있어 향후 몇 년간 점진적 확산이 가능합니다. 다만 SAF 원료 다변화, 생산량 확대, 가격 부담 완화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국내 항공사 전체의 SAF 사용 비중이 의미 있게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