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상반기 물가 3%대로 전망한 까닭…"유가 100달러 갈수도"

by이윤화 기자
2022.01.16 12:00:00

한국은행 16일 '해외경제 포커스'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
국제유가, 수급 차질 등 우려에 배럴당 80달러 내외 급등
석탄, 비철금속에 곡물 가격까지 전반적인 오름세 이어져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최근 국제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우리나라 물가 상승 압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70달러를 밑돌았던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 내 원유 재고 감소, 산유국의 더딘 증산 등의 영향에 다시 80달러 내외 수준으로 올랐다. 또 석탄과 알루미늄뿐 아니라 곡물 가격까지 가격 오름세가 나타나면서 물가 압력을 전방위적으로 끌어 올리는 모양새다.

사진=AP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중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80달러 내외 수준으로 상승했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10월중 배럴당 평균 81.2달러에서 12월 들어 72.8달러 수준으로 내렸으나 올해 1~12일 중 다시 80달러 내외로 올라섰다. 12일 종가 기준으론 82.1달러를 기록해 10월 기간 평균치를 웃돌았다. 브렌트유 역시 같은 기간 83.5달러에서 74.2달러까지 내렸다가 최근 81.8달러 수준으로 올라섰다. 12일 종가 기준으론 85.8달러까지 찍으며 상승했다. 이런 탓에 한은은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상반기 중 3%대에 이르며 연간 물가 수준이 작년(2.5%) 수준을 웃돌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은 측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 흐름에 대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지난해 12월초 큰 폭 하락했으나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 미국·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 등 주요 산유국의 더딘 증산의 영향으로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는 친환경 경제 전환의 기조로 인한 세일 기업의 신규 투자 지연에 의한 것이다. OPEC+의 12월중 원유 생산량은 전월대비 일평균 7만배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당초 발표된 목표 증산량(일평균 40만배럴)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 마켓은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은 정치적 이슈에 더해 시설 유지보수 등으로 증산 계획 이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원유 추가 생산 여력이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제 원유가격을 예상하는 주요 기관들은 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과 블룸버그가 각각 올해 OPEC의 원유 생산능력을 일평균 80만배럴, 120만배럴씩 낮춰잡은 만큼 올해 유가가 올해 중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JP모건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를, 내년에는 15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예상했고 골드만 삭스 등 다른 곳들도 올해 중 일시적으로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가 뿐 아니라 기타 다른 원자재 가격도 오르는 중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1월중 전월 대비 25% 가량 내렸으나, 호주 뉴캐슬 거래소 기준 석탄 가격은 1~12일중 평균 8.4% 가량 가격 상승 흐름을 보였다. 석탄 가격이 오른 것은 2020년 기준 전세계 석탄 수출의 26.8%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자국내 전력공급 안정을 위해 이달중 석탄수출을 금지한다고 연초 밝힌 여파가 컸다. 이외에도 알루미늄 가격이 유럽지역 생산 축소 예상으로 전월 대비 8.1% 가량 올랐고, 니켈 가격 역시 전기차 생산 수요 증대로 인해 6.0% 가량 오르는 등 비철금속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6대 비철금속(구리·알루미늄·아연·납·니켈·주석)으로 구성된 런던금속거래소지수(LMEX)는 1~12일중 4.1% 올랐다.

작황 부진으로 곡물 가격까지 오르면서 국내 농축수산물과 외식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미지역 라니냐로 인한 작황 우려에 따라 미 농무부는 브라질의 대두, 옥수수 수확량 전망을 각각 1억3900만톤, 1억1500만톤으로 전월 전망대비 3.6%포인트, 3.4%포인트씩 하향한바 있다. 이에 따라 대두와 옥수수 가격이 각각 6.9%, 1.6% 가량 올랐다. S&P 곡물지수는 같은 기간 전월 대비 1.0% 올랐다.

이런 탓에 올 상반기중 국내 물가도 당초 전망보다 높은 3%대 수준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예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3%대 수준 물가가 상반기중 이어지다가 하반기 들어서야 하락할 것으로 보여 작년 말 당시 올해 2%대 수준으로 판단했던 물가 전망을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변경했다”면서 “작년 연간 물가가 2.5%로 집계됐는데, 올해는 이 수준을 웃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