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나와라 뚝딱]카겜株 3주 받은 개미는 어떻게 됐을까
by이지현 기자
2021.01.30 10:49:19
장기투자 계획했지만 수익률 108% 매도
IPO에 매력 느껴 꾸준한 투자 계획하기도
상장 후 공모가 밑돌수도…스터디는 필수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요즘 증시를 보면 어지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이 많습니다. 지난 26일엔 코스피가 3200선을 돌파했는데 29일엔 3000선 밑으로 뚝 떨어지는 등 변동폭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IPO(기업공개) 시장은 뜨겁습니다. 지난 12일 투자자예탁금은 74조원을 기록하는 등 증시 대기자금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청약공모 시장은 10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핫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IPO는 기업이 경영내용을 공개해 주식을 외부 투자자들에게 나누고 이를 통해 성장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30일 기업설명(IR) 전문 컨설팅기업 IR큐더스가 분석한 IPO 시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IPO를 진행한 신규 상장기업은 76개사, 공모금액 규모만 5조7888억원에 이릅니다. 이 중 일반 청약 경쟁률 1000대 1 이상을 기록한 기업이 33개사(47%),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기록한 기업이 26개사, 시초가가 2배에서 시작해 상한가(따상)를 간 기업도 10개사나 됩니다. 신규상장기업 공모가 대비 수익률(지난해 12월 23일 기준)은 평균 66.8%를 기록했습니다. 100원을 투자해 67원의 수익을 얻었다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IPO붐’이었습니다. 이러한 붐이 올해 꺼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1월에만 10개 기업이 IPO를 진행하는 등 IPO붐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모바일 포인트 플랫폼 전문기업 엔비티(236810)는 청약 경쟁률이 4397대 1을 기록하는 등 10개 기업의 일반 평균경쟁률은 1628대 1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상태입니다.
이같은 흥행은 모두 수익실현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지난해 IPO대어로 꼽혔던 카카오게임즈(293490)의 사례를 살펴볼까 합니다.
저의 지인은 카카오게임즈 공모주를 청약하기 위해 은행에서 5000만원을 빌려 청약증거금으로 넣었고 총 3주를 받았습니다. 1주당 공모가는 2만4000원으로 총 7만2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환불금은 이틀 후 모두 은행에 상환했습니다. 이틀간의 이자는 총 8000원이 들었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된 후 상한가를 기록하며 따상으로 직행했습니다. 이틀째에도 상한가를 치며 ‘따상상’을 기록했습니다. 셋째날에도 상한가를 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8만9100원을 터지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제 지인이 최고가였던 8만9100원에 매도했다면 1주당 수익률은 271%, 총 공모가와 이틀간의 은행이자 8000원을 제외하고서도 18만7300원을 손에 쥘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 지인은 이 주식을 팔지 않았습니다. 평생 가지고 있어도 좋을 주식이라고 생각하고 손에 꼭 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주택값 폭등에 전세난까지 겹쳐 결국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마련했고 이 과정에서 평생주식으로 가져가려 했던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모두 팔았습니다. 주당 4만9900원, 수익률 108%입니다. 제 지인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이후 얻은 총 수익은 6만9700원(대출이자 제외)입니다.
어떻게 보면 적은 돈이지만, 이 과정에서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합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주식 계좌를 만들어 청약에 넣는 수고로움이 들지만,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 기업에 대해 공부하면서 뭔가를 배운 것 같았다고. 그래서 아파트 대출을 갚기에 바쁘지만 여윳돈이 생긴다면 다시 IPO에 참여해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IPO는 우량기업의 주식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떤 회사인지, 신주규모가 얼만큼인지, 보호예수물량이 얼만큼인지도 모른 채 높은 경쟁률만 보고 쫓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8일 상장한 마스크 필터 제조업체 씨앤투스성진(352700)은 수요예측 경쟁률 1010대 1, 청약경쟁률 674대 1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공모가는 희망밴드(2만6000~3만2000원) 최상단인 3만2000원에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에서 약 1% 낮은 3만1700원으로 결정됐고 상장 첫날 9.46%, 둘째 날 12.72% 하락한 2만505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공모에 참여했다면 주당 22%의 손실을 본 셈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상장 주관사였던 미래에셋대우가 ‘풋백 옵션’을 걸었던 덕분에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손실을 보전받을 권리가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풋백 옵션’은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10% 이상 밑도는 경우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이를 되사주는 제도입니다. 투자자들은 행사 기간인 3개월 이내에 해당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장 주관사가 미래에셋대우처럼 풋백 옵션을 걸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모든 공모주가 수익 실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기업의 재무적인 상황 점검 등과 같은 스터디를 먼저 한 후 실행에 옮기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