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마감 앞둔 '사회적 대타협기구', 두달 간 '제자리걸음'만

by한광범 기자
2019.03.03 11:42:25

택시업계 ''승차공유 금지법 전제'' 고수에…합의 ''전무''
정부·여당 "국민 설득 합의 필요" 택시업계 요구 ''일축''
모빌리티업계, 내갈길…"대타협기구 논의 기대 안해"

택시-플랫폼 사회적대타협기구 4차 회의가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전현희(왼쪽에서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대한 택시업계 반발로 출범한 ‘택시와 플랫폼 상생발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이번주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종료한다. 1월 중순 첫 회의를 시작으로 그동안 열린 네 차례의 회의에선 ‘승차공유 금지법’만 요구하는 택시업계의 강경 입장 속에 ‘승차공유’나 ‘택시기사 처우 개선안’ 등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당초 마지막 회의로 예상했던 지난달 28일 열린 사회적 대타협 기구 4차 회의에선 정부·여당·모빌리티업계와 택시업계의 이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실상 사회적 대타협 기구 이전의 입장차가 그대로 유지됐다. 당초 합의했던 ‘택시와 플랫폼 결합’에 대해서도 양측은 극명한 해석차를 보이기까지 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회의 시작 전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 “택시를 이용해 카풀을 하겠다고 해놓은 합의를 (정부·여당이) 깼다”고 주장하며 “여기에서 분신이라고 해야 한다”는 거친 발언을 내놓았다. 회의 시작 이후에도 거친 발언은 이어졌다. 민주당 ‘택시-카풀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이 모두발언을 이어가던 도중에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전 의원의 발언을 끊고 ‘승차공유 금지법’이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반복했다.

한 관계자는 “세 사람이 분신했다. 사람 더 죽으면 어떡할 거냐. 전 의원이 책임질 거냐. 사람이 얼마나 죽어야 정신 차릴 거냐”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카풀 등 승차공유 영업의 근거조항을 삭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택시업계 인사는 더 나아가 “모빌리티 플랫폼과 택시만 합해서 2~3년 동안 운영해보고 문제점이 있으면 그때 가서 토론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앞서 합의했던 ‘플랫폼을 이용한 택시 서비스’와 관련해 “당시 그 말을 자가용은 플랫폼 사업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합의서에 서명 안 했다”며 “자가용도 영업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논의를 한다면 이 회의를 무의미하다”고 거세게 따져물었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 그는 ‘택시와 플랫폼 상생발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이끌며 상생안 합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승차공유 금지법’만을 요구하는 택시업계의 벽에 막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모두발언을 마친 후 비공개로 1시간가량 회의를 이어갔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회의를 마쳤다. 비공개회의에서 택시업계는 택시기사 처우 개선 방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승차공유 금지법 약속이 선행되지 않으면 논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마지막으로 ‘3월 첫 주’ 회의를 한 차례 더 진행하는 것에만 대략적인 의견 일치를 본 후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향후 전망 역시 어둡다. 정부·여당이 ‘택시산업 규제완화’·‘택시기사 처우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당근책으로 내놓고 있지만 택시업계가 ‘승차공유 금지법’을 다른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여당 입장에선 모빌리티 플랫폼 기술을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승차공유’ 자체를 금지해달라는 택시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전 의원은 택시업계 요구에 대해 “국민을 이해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택시업계의 입장을 모두 다 들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전선을 카풀을 넘어 타다 등 다른 승차공유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있는 택시업계도 기존 입장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이미 과포화 상태인 택시 시장에서 택시와 똑같은 영업을 하며 한정된 파이를 뜯어먹으려 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공유경제는 그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논의가 이 같이 제자리걸음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모빌리티업계에선 사업 확장을 통해 맞불을 놓고 있다. 승차공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택시업계의 공적 1순위로 떠오른 ‘타다’는 택시업계와의 상생안 모델인 ‘타다 프리미엄’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개별 택시기사 및 업체들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카풀 업체인 ‘풀러스’는 무상 카풀 서비스인 ‘풀러스제로’를 내놓으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타협 기구는 어차피 카카오만 참여한 기구일 뿐”이라며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