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인수되는 대우조선, 대우 간판 내리나

by김미경 기자
2019.02.06 11:16:40

현대重 편입시 변경 불가피
세계 경영 속 역사 뒤안길로
포스코대우 대우 이름 떼고
한때 41개사→현 4개사 남아
브랜드 효과 뚝 명칭 변경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달 3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을 밝혔다. 인수가 성사되면 국내 조선업계는 기존 ‘빅3’에서 ‘빅2’로 재편된다. 사진은 지난 2017년 4월 17일에 촬영한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가운데 ‘대우’ 이름표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우조선해양이 20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서면서 47년간 지켜온 ‘대우’ 간판도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한때 재계 2순위로 부상했던 김우중식 세계 경영 신화도 역사의 뒤안길로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하면 사명을 교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장에 사명에서 ‘대우’를 뗄지는 의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투자를 유치해 중간지주회사인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결과적으로 통합법인은 현대중공업(사업부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산은은 현대중공업지주에 이어 통합법인의 2대 주주에 오른다.

업계는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그룹으로 편입될 경우, 사명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에는 현대중공업 사명에 ‘대우’를 붙여 ‘현대대우조선’ 내지는 ‘현대대우중공업’ 등의 작명이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네임밸류가 현재 액화석유가스(LNG)선 등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 자회사가 되더라도 ‘대우’라는 이름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사실상 글로벌 시장에서 대우 브랜드 후광효과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곧바로 간판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우조선의 모태는 대우그룹이 1973년 대한조선공사의 옥포조선소를 인수해 만든 대우조선공업이다. 각종 선박을 비롯해 시추선,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잠수함, 구축함 등을 건조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

대우그룹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속에 공중분해되자, 많은 계열사들이 새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대우 계열사를 인수한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대우그룹이 가졌던 위상 때문에 한동안 ‘대우’라는 단어를 기업명에 포함해 사용한 곳이 많았다.

대우자동차는 2001년 GM이 인수하면서 사명을 GM대우로 바꿨다. 2011년 한국GM으로 변경할 때까지 10년간 ‘대우’ 간판을 유지했다. 피인수되자 마자 ‘대우’를 뺀 곳은 대우종합기계가 유일하다. 산업은행 자회사였던 대우종합기계는 2005년 두산그룹에 인수되자마자 바로 두산인프라코어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까지 대우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는 미래에셋대우, 대우전자, 대우건설, 포스코대우 뿐이다. 포스코대우도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 변경을 최종 결정한다. 새 사명에는 그룹사인 ‘포스코’와 종합상사를 나타내는 ‘인터내셔널’을 합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유력하다.

재계 고위 한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김우중 회장과 대우그룹이 가진 위상이 워낙 커 ‘대우’라는 이름을 빼기가 쉽지 않았지만 해체 20년이 지나면서 그 효과도 점차 지워지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기업 이름보다 어떤 브랜드 가치를 어떤 기술력으로 새로 써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표>대우조선해양 매각일지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대우조선해양 모태)

1978년 옥포조선소 대우그룹 인수해 대우조선공업주식회사 사명 변경

2000년 대우그룹 해체로 워크아웃 돌입. 대우조선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으로 분리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섬

2002년 대우조선해양으로 상호 변경

2008년 매각 입찰. 포스코-GS컨소시업, 한화, 현대중공업 경쟁

2009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와 협상 결렬

2015년 채권단 자율협약 돌입, 채권단 4.2조원 자급 지원

2016년 5조원대 분식회계 발각

2017년 채권단 2.9조원 자금 추가지원

2019년 현대중공업에 매각 추진

대우조선 인수할 경우 현대중공업지주 지배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