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3.12.15 14:23:15
美의회, 신속협상권 부활합의..내년 1~2월 처리
무역협정 협상 속도낼듯..환율조치 요구는 변수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의회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신속협상권(Trade Promotion Authority)을 부여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A)과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명 ‘패스트 트랙(Fast Track)’으로도 불리는 신속협상권은 무역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미 의회가 대외 무역협상 전권을 대통령에게 일임하고 의회는 투표를 통해 이를 수정없이 승인 또는 거부만 할 수 있도록 해 신속한 처리를 돕는 제도다.
맥스 보커스 상원 재정위원회 위원장과 오린 해치 공화당 간사, 공화당의 데이브 캠프 하원 조세지출위원회 위원장 등 협상팀은 지난주말 신속협상권 재도입에 사실상 합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미 상원 보좌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초부터 아시아 태평양 11개국과 TPPA와 EU와의 FTA 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이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의회에 지난 2007년 종료된 신속협상권을 다시 부활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같은 신속협상권 부활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대표단 사이의 협상은 올초부터 난항을 겪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무역협정을 적극 지지하는 재계 단체와 이에 반대하는 노동조합, 소비자단체 간 대립까지 불거져 당초 지난 6월까지 합의를 마치고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의회내 한 소식통은 “지난주말에야 민주당과 공화당 대표들이 합의했지만 아직 세부적 합의는 좀더 진행돼야 하는 만큼 양당간 합의안은 내년 1월초쯤 발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무역협정을 둘러싼 의회내 첫 합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신속협상권 부활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캠프 위원장도 “신속협상권 도입을 둘러싼 협상이 뚜렷한 진전을 이룬 만큼 내년 1~2월까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예상대로 내년 1월쯤 신속협상권을 부여받게 될 경우 현재 일부 난항을 겪고 있는 TPPA 협상과 EU와의 FTA 협상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국가들은 신속협상권이 없을 경우 미 의회가 협정 발효전까지 합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크리스토퍼 웽크 미 상공회의소 국제통상정책 담당국장은 “이들 협정을 체결하는데 있어 신속협상권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우리는 단 1분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만약 신속협상권이 있었다면 지난 싱가포르 TPPA 협상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남아있다. 미 상원과 하원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TPPA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정책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을 문제삼고 있어 최종 법안 승인 과정에서 정부와 의회가 마찰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