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8.02.15 09:37:38
12년간 봉급생활자 과세표준 그대로
월급 찔끔 늘때, 세금 왕창 늘어난 셈
양도세·종부세등 되레 세금만 더 늘어
양극화 잡는다더니 오히려 악화시켜
[조선일보 제공] 허리띠 조이고 또 조여봐도 살림은 왜 안피고… 특별하게 쓴데도 없는데 지갑은 왜 얇아지나… 알고보니 봉급쟁이는 진정 '봉'이었구나
우리 국민은 노무현 정부 5년간 벌어들인 소득에 비해 세금을 많이 낸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 가구의 세금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의 1.66배에 달했다. 이는 봉급생활자들이 번 만큼 세금을 낸 게 아니라, 번 것보다 세금을 더 냈다는 뜻이다. 원래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되, 세금 수준은 소득에 맞추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5년간 소득과 세금 간의 불균형은 역대 정권 중 가장 큰 수준이다. 그동안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정책이 '세금 폭탄'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현 정부는 이를 엄살로 치부해 왔다.
◆수치로 증명된 세금 폭탄
통계청은 14일 발표한 '2007년 4분기 및 연간 가계수지 동향'에서 현 정부 5년(2002~2007년) 동안 도시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32% 증가했고, 세금은 53% 늘어났다고 밝혔다. 소득증가율 대비 세금증가율이 1.66배에 달한다. 소득이 2배로 늘어날 때 세금은 3배 이상 뛴 것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3년 이후 소득증가율 대비 세금증가율은 ▲전두환 정부(1981~1987년) 1.08배 ▲노태우 정부(1987~1992년) 1.18배 ▲김영삼 정부(1992~1997년) 1.39배 ▲김대중 정부(1997~2002년) 1.26배 등이었다. 현 정부 들어 유독 소득 대비 세금 불균형이 심해진 것이다.
이영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경제수준이 높아질수록 국가의 역할이 커져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 세금이 더 빨리 증가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노무현 정부의 경우 세금증가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컸다"고 말했다.
◆세금 왜 많이 냈나
전문가들은 12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소득세 구조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소득세의 경우 1996년 이후 한 번도 과세 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구간이 바뀌지 않다가 올해부터 조정됐다. 그동안 물가상승 등으로 봉급생활자들의 소득액은 계속 늘어왔지만, 과표 구간이 바뀌지 않아 봉급생활자들에게 높은 세율이 적용돼온 것이다. 즉, 실질소득은 높아지지 않는데, 세금만 늘어났던 셈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의 경우 물가와 과표구간을 연동시켜 소득과 세금의 불균형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하는데 우리 정부는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강화와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으려는 정부 정책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정부는 양도소득세(11조3000억원), 종합부동산세(2조4000억원)를 예산보다 각각 56%, 28% 더 많이 거둬들이기도 했다.
◆소득 양극화 심해져
고소득층의 세금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컸다. 2003~ 2007년 동안 근로자가구 중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득이 23% 늘었고, 세금은 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소득 상위 20% 근로자 가구는 소득이 26% 늘어난 데 비해, 세금은 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노무현 정부는 국책연구소에 정책자료를 요구할 때 항상 가난한 사람과 부자, 저소득자와 고소득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따로 분석한 자료를 요구했다"며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 것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 의지가 드러난 결과"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국정 제일 과제로 삼았지만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은 심화됐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20% 소득(월 670만원)을 하위 20% 소득(월 87만원)으로 나눈 소득분배율은 7.66배였다. 2003년 7.23배였던 소득분배율은 정권 내내 계속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