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헌 기자
2006.04.19 09:09:47
조세개혁 골격 책임진 곽태원교수 "그만두겠다"
부동산과세강화, 조세부담률인상 등에 반대의견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정부 세제개편의 골격을 만들던 조세개혁특별위원회 곽태원 위원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수는 그동안 비공개 보고서 등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관련 세제를 비판했고, 조세부담률을 높이는데도 반대해왔다. 급속한 세금인상이 갖고 올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곽 교수의 사의는 이같은 조세론이 청와대나 정부방침과 상당부분 마찰을 빚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19일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곽 교수는 최근 "세제개편과 관련해 청와대측이나 위원들과 토론이 거의 안되는 분위기"라며 조세특위 위원장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윤성식 분권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 교수는 그동안 부동산 과세강화 정책이 부동산 매물을 차단하면 집값안정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고, 국민 조세부담률은 성장잠재력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비판하는 등 청와대 의중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지난해 말 국회 주관의 비공개 토론회를 위해 준비한 원고에서 종합부동산세, 부동산 실거래가 기준 과세 등에 대해 무리한 정책이라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었다.
곽 교수는 이 원고에서 "종합부동산 등 부동산 보유세의 급격하고 과다한 인상추진, 실거래가 기준 과세전환 등으로 취득세와 등록세 실효세율을 과도하게 높인 점 등은 모두 무리가 있다"며 "지속가능성이 낮거나 지속될 경우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는 제도"라고 문제제기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조세부담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대해서도 그는 반대의견을 내보였다. 선진국과 조세부담률을 단순비교하는데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곽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회복지 관련지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서구국가들보다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나 현재 사회보험제도들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정부 규모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성장잠재력이 급속히 떨어져가는 경제에서 정부가 커지고 거기에 부응해 조세부담률이 지속적으로 커진다면 이는 성장잠재력 하락속도를 가속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간 조세부담률이나 유효세율수준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언급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OECD국가들보다 낮다는 이유로 조세부담률을 올려도 된다는 식의 정부 일각 논리에 비판적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