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렉라자 병용요법, 효과 확신”
by김진수 기자
2023.10.30 08:25:49
타그리소 병용요법 임상 FLAURA2와 단순 비교 어려워
내년 OS 데이터 기대감…부작용 이슈도 문제될 것 없어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는 최근 이어지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얀센의 항체치료제 ‘리브리반트’ 실험 데이터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이번 임상은 다른 임상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실험이며, 표준치료제로써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신했다.
| 27일 오전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MARIPOSA 임상 데이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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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철 신촌 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장은 27일 오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최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공개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 임상인 ‘MARIPOSA’ 연구결과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MARIPOSA 임상 3상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은 23.7개월로 나타났다. mPFS는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기간의 중간값을 의미해 길수록 효과가 좋은 것으로 해석된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mPFS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mPFS 16.6개월 보다 6개월 이상 늘어나 충분한 이득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일각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mPFS가 타그리소+화학요법 병용 임상인 FLAURA2 결과 대비 mPFS 기간이 짧아 표준 치료 요법으로 사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최근 데이터가 공개된 MARIPOSA 임상을 타그리소와 화학요법을 병용한 FLAURA2 데이터와 많이 비교하는데, 임상 디자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MARIPOSA 임상의 경우 환자에 대한 MRI와 CT 검사 기간을 매우 촘촘하게 잡아 질병이 진행되는 것을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의 mPFS가 타그리소+화학요법보다 더 짧게 집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MARIPOSA의 경우 뇌 MRI 촬영 기준이 매 8주마다 모든 환자에게 실시한 반면 FLAURA2는 뇌전이가 확인된 환자에 한해 임상적으로 필요시마다 MRI 촬영이 이뤄졌다. 또 흉부와 복부 CT 역시 MARIPOSA는 매 8주마다 이뤄졌지만, FLAURA2는 초반 2회는 6주마다 찍고 이후 12주마다 촬영이 이뤄졌다. 30개월 기준으로 마리포사 연구에서 환자당 5번 더 많은 CT 촬영이 이뤄진 셈이다.
조 교수는 “데이터 수치에 대한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해 MARIPOSA 임상을 FLAURA2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봤는데, 이 경우 mPFS가 27.5개월로 역시 더 좋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 27일 오전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MARIPOSA 임상 데이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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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PFS보다 실제 처방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전체 생존 기간’(OS)이라며 내년 이 수치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높다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실제 환자들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를 의약품 선택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여기며, 이번 임상 데이터에서도 2차 평가변수인 OS를 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ARIPOSA 임상 OS 데이터의 경우 현재 25% 가량 집계된 상황으로, 내년 데이터 집계율이 55% 가량 되면 구체적인 OS 수치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교수는 “OS 값 역시 단순 숫자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어 어느 정도 더 길어야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라며 “하지만 OS 연구결과 추세를 살펴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 요법 대비 더 좋은 효과를 보이면서 두 요법 간 OS 데이터 차이가 벌어지고 있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데이터 발표 후 이슈가 된 또 다른 부분은 ‘부작용’ 관련 내용이다. MARIPOSA 임상에 따르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경우 3등급 이상 부작용 발생률이 75%로 나타났다. 이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43%보다 높은 것이다. 또 이상반응 발생으로 치료를 중단한 비율도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35%로 타그리소 단독요법 14%보다 높았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표준치료제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조 교수는 실제 세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이번에 시장에서 언급되는 부작용은 ‘TEAE’이지만, 사실 약물과 관련된 부작용 이슈만 확인하기 위해서는 ‘TRAE’ 데이터를 봐야한다”며 “TREA 데이터에서는 타그리소와 비교해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치료제 투여 후 부작용을 의미하는 TEAE(treatment emergent adverse event)는 임상 약물로 치료를 받던 환자에게 생긴 모든 질병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약물과 관련이 없는 질병이 발생했더라도 부작용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임상 의약품을 활용했을 때 부작용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치료 관련 부작용을 나타내는 ‘TRAE’ (treatment related adverse event)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렉라자+리브리반트의 TRAE은 10% 수준으로,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TRAE 3%와 비교해 우려할 정도의 부작용 발생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 조 교수는 “약물을 병용 투여하는 경우 하나의 약물만 사용 했을 때 보다 부작용 발생이 많아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얼마나 중대한 부작용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망으로 이어진 이상반응은 렉라자+리브리반트군 8%, 타그리소 단독요법군 7%로 두 군이 유사했다. 그러나 렉라자+리브리반트의 경우 손발톱염증과 피부발진 등 생명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부작용이었지만, 타그리소+화학요법의 경우 백혈구·혈소판 감소증 부작용 비율이 높아 환자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조 교수는 “MARIPOSA 임상을 잘 살펴본다면 렉라자의 효과에 대해 의심할 이유가 없으며, 앞으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새로운 표준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