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9월 동결론 속 라가르드 "인플레와 싸움서 아직 승리 못해"

by박종화 기자
2023.08.27 13:26:09

인플레 목표 상향론엔 "게임 중간에 규칙 바꾸면 안 돼"
ECB 매파 "나중에 대폭 올리는 것보단 지금 소폭 인상"
유로존 경기하강에 시장선 9월 동결이 컨센서스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를 비롯한 유럽중앙은행(ECB) 핵심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에 맞서 긴축 기조를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놨다. 반면 시장에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동결론이 커지고 있어 9월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FP)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전날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전 세계 중앙은행장 회의인 경제정책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불확실성의 시대엔 중앙은행이 경제에 명시적인 지침을 주고 물가 안정을 보장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며 “현재 환경에서 이는 ECB가 중기 물가 목표인 2%대 인플레이션을 적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 금리를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으로 설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임금이 물가를 따라 오르고 임금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을 언급하며 “중기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시장 충격이나 지정학적 쇼크 같이 더 크고 전방위적인 충격에 직면하면 기업들이 늘어난 비용은 더 지속적으로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도 경계했다. 라가르트 총재는 물가 목표치를 2%에서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게임 중간에 규칙을 바꾸면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ECB 통화정책위원회 내 매파(긴축 선호파)로 분류되는 마르틴 카작스 라트비아 중앙은행장도 조기 긴축 종료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맞선 금리 인상을 조기에 멈추며 나중에 경제에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을 미루다가 연말이나 내년 초 더 큰 폭으로 올리는 것보다는 (당장) 소폭 인상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요아힘 나겔 총재도 전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하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시장에서 금리 동결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로이터통신이 이달 초 이코노미스트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7명이 다음 달 14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현행 기준금리(3.75%)를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긴축 기조를 더 강화하기엔 최근 유로존 경제상황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유럽통계청이 발표한 8월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0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 경제도 3분기째 역성장·제자리걸음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ECB 내 비둘기파로 꼽히는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갈중앙은행 총재는 “경기 하방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이번엔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