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부펀드, 골드만삭스 고소…"1MDB로 자사 명예 더렵혀"

by정다슬 기자
2018.11.22 08:27:56

"범죄 저지르는데 아부다비 펀드 이름·네트워크·인프라 사용"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1MDB’ 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골드만삭스가 곤욕을 치루고 있다. 중동 국부펀드 IPIC과 아바 인베스트먼트가 골드만삭스가 비리를 저지르는데 자신들의 명성과 인프라를 사용했다며 기소한 사실이 21일 확인됐다. 사진은 뉴욕 맨하탄의 골드만삭스 본사.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 ‘IPIC’과 아부다비 기업의 아바 인베스트먼트가 말레이시아정부계열 펀드 ‘IMDB’를 둘러싼 비리 의혹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미국 거대금융회사 골드만삭스를 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IPIC과 아바는 1MDB의 투자 파트너였다.

IPIC과 아바가 뉴욕주 재판소에 21일(현지시각)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기소 대상에는 골드만삭스 외에도 골드만삭스의 동남아시아 사업 대표로 일했던 팀 라이스너와 전직 임원 로저 응, 1MDB에 협력한 IPIC 전 간부 등이 포함돼 있다.

1MDB는 2009년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가 국제 경제개발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국부펀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나지브 전 총리와 그의 측근들은 1MDB를 통해 최대 60억달러(약 6조 4000억원)을 횡령,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1MDB의 채권 발행 및 매각에 참여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에 협력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골드만 삭스는 약 6억달러(6000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고소장에서 IPIC는 “골드만삭스는 다른 이들과 함께 음모를 꾸며 IPIC가 뇌물을 횡령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1MDB는 신용력이 낮아 발행 당시 IPIC이 채무보증을 맡았다. 그 대가로 이 펀드의 간부가 뇌물을 받았다. 이후 1MDB가 경영부진에 빠지며 IPIC이 채무를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자 지불을 놓고 양사는 한때 대립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IPIC과 아바는 기소장에서 골드만삭스나 펀드의 전 간부가 범죄를 위해 펀드의 이름, 네트워크, 인프라 등을 오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는 일부 직원들의 일탈행위일 뿐, 골드만삭스는 1MDB의 횡령과 뇌물 수수 등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IPIC 소송의 세부사항을 발표하고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은 1MDB 스캔들이 골드만삭스의 신뢰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주식은 지난달 14% 가까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1MDB 스캔들이 향후 골드만삭스의 은행업무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부다비가 골드만삭스에 등을 돌린다면 이는 전반적인 중동 국가들 역시 골드만삭스에 등을 돌린다는 뜻이 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