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연예계

by조선일보 기자
2006.12.15 09:34:53

후배 술자리 소개·도박사이트·카지노 술집·횡령·주가조작 혐의…
스타마케팅 바람타고 기업형 비리 잇따라
폭력조직 자금 유입 의혹도 끝없이 제기돼

[조선일보 제공] 수년 전 인기를 끌었던 여자 탤런트 A씨는 요즘 들어 다시 연예계와 재계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A씨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 기업인의 부탁을 받고 후배 여자 탤런트 10여 명을 술자리에 데리고 갔다. 거액의 소개비도 오갔다. A씨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회사에도 관여하면서 ‘기업형’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탤런트 정욱씨는 올 7월 방송국이 있는 법조타운이 있는 서초동에서 자주 목격됐다. 일행과 법률적인 문제를 상의하는 모습이었다. 얼마 뒤 정씨는 자신의 아들과 다단계업체를 운영하면서 불법적으로 1000억원을 모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대중의 우상(偶像)’이고 ‘돈과 명예’가 따르는 연예인들이 매니지먼트 사업이나 코스닥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잡음이 늘고 있다.

‘연예인=기업’이란 스타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연예기획사들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면서, 횡령·주가조작 등 비리가 만연한 ‘복마전’으로 변한 것이다.

14일에는 개그맨 출신 서세원(50)씨가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본지 12월14일자 A2면 참조>

◆잡음 끊이지 않는 연예계

지난 10월 국회에서 난데없이 탤런트 하지원씨의 국정감사 증인 소환 문제가 논란이 됐다. 하씨가 주주인 회사가 주가조작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으면서 증인으로 채택된 것이다.

지난해 5월 하씨는 S사의 지분 66만여 주(약 11.7%)를 인수했는데, 세 달도 안 돼 20만주를 매각해 15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하씨는 그러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인기가수 출신의 이상민씨는 최근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과 관련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몇 달 전엔 불법 ‘카지노 술집’ 운영과 관련, 개그맨 등 여러 연예인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영화배우 이영애씨는 한 회사의 인수에 참여한다는 ‘허위 공시’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난 2월 이영애씨가 ‘이영애 주식회사’를 세우고 N사가 지분을 인수해 경영에 참여한다는 공시였다.



N사 주식은 5000원대에서 2만30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2000원대로 떨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피해자로 분류되지만, 연예계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의 장난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고 했다.

◆검증 안 된 우회 상장 열풍

연예계엔 올 들어 ‘우회 상장’ 열풍이 불고 있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연예 관련 기업으로 분류되는 업체는 60여 곳 정도. 우회 상장은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 장외(場外) 기업이 이미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부실 기업 등을 합병, 주식 교환, 영업 양수·도 등의 방법으로 사들여 편법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껍데기’뿐인 회사(shell company)를 사들여 손쉽게 코스닥 시장에 등록해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이다.

우회 상장을 통한 자본조달은 ‘톱스타’ 마케팅과 결합되고 있다. 영화배우 배용준씨가 대주주인 키이스트는 현재 주가가 8000원대 초반이지만, 지난 7월 한때 2만60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배씨의 지분평가액만 520억원대에 달했다.

키이스트는 지난 3월 배씨가 퇴출 위기에 몰린 기존의 코스닥 기업 ‘오토윈테크’ 경영권을 인수하고 이름을 바꾼 회사다. 배씨는 이후 자기 소유의 소속사 BOF를 우회 상장을 통해 키이스트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때도 160억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했다. 가수 비나 배우 장동건씨 등도 본인의 스타성을 무기로 기업의 주주로 변신한 경우다.

특히 이 과정에 폭력조직 자금이 유입된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연예인이 갖는 좋은 이미지와 지명도를 이용해 ‘돈도 벌고 자금도 세탁’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전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는 최근 연예 사업과 관련해 배우 권상우씨에게 협박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하지만 이 같은 우회 상장 열풍에 대해 우려도 높다.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신동민씨는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우회 상장을 할 때 껍데기 회사엔 50억~100억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데다 막상 인수하고 나면 드러나지 않은 부채 등 각종 비용이 발생하고 특히 사채로 인수하는 경우도 많아 자칫 회사 돈에 손을 대는 등 비리의 유혹을 느끼기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