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권위자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by강민구 기자
2024.07.07 12:00:00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새 길 개척
태양전지 효율 높여 상용화 발판 마련
태양전지 연구만 ''한우물''···기후변화에 중요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세계에서 처음 개발해 태양전지 기술 패러다임을 바꾸고, 전 세계 태양광 산업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가 마침내 우리나라 최정상 과학기술인으로 인정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2024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를 선정했다.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은 지난 1968년 제정한 ‘과학기술상’을 2003년에 확대 개편한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상이다. 매년 탁월한 연구성과를 이룬 과학기술인(1~3명)에게만 수상의 영예가 주어진다. 역대 수상자로는 현택환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권오현 전 삼성전자(005930) 회장, 박진수 전 LG화학(051910)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고문 등이 있다.

올해는 지난해 12월 공모, 발굴, 추천을 통해 접수한 후보자 17명을 대상으로 심사를 한 끝에 박남규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 교수는 ‘노벨상 족집게’로 통하는 글로벌 조사분석 기관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세계 상위 1% 연구자’로 선정했고, 노벨화학상 수상자로도 거론되어 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과는 그동안 인연이 없었다. 수년째 수상 후보 명단에도 올랐지만, 최종 수상은 불발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본인도 수상을 포기했지만 외부 추천을 바탕으로 수상하면서 업적을 인정받았다.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가운데)가 제자들과 연구를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서 박남규 교수는 지난 2012년 페로브스카이트(부도체, 반도체, 도체,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특별한 구조의 금속산화물) 구조를 갖는 광흡수 물질을 이용해 9.7%(당시 최고 효율)과 500시간 장기안정성을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에 게재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009년 미야자카 쓰토무 일본 도쿄대 교수가 처음 학계에 발표했지만 효율이 3.8%에 그쳤다. 효율이 낮아 상용화는 먼 미래의 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박 교수는 2012년 발표를 시작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포토볼타익스’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해 태양전지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박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성균관대, 한국화학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고려대 등 국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후속 연구를 통해 효율 향상도 주도하면서 현재 효율은 26.1%에 이르렀다.

박남규 교수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사전 브리핑에서 수상소감을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태양전지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여름철 폭염을 비롯해 극심한 자연재해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태양전지 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없는 기술로 기후 변화를 늦춰 인류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태양전지 한 분야만 연구해오면서 세계적인 과학자가 될 수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인류가 기후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달라는 의미에서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굴곡은 있었지만,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우물 파기’ 연구를 해왔던 만큼 앞으로는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효율을 발휘하는 ‘플랫폼 물질’도 개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1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리는 ‘제2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개회식에서 박 교수에게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원을 수여할 계획이다. 홍순정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과기정통부는 앞으로도 탁월한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과학기술인들을 많이 배출하도록 연구에 전념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연구자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