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타격' 바이든, 유가 안정 초강수…"불법 행위 조사"
by김정남 기자
2021.11.18 08:17:11
치솟는 인플레에 정치적 입지 좁아지는 바이든
당국에 정유업체 조사 촉구…유가 안정 안간힘
회의적인 전문가들 "빠른 유가 하락 방법 없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
|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유가 잡기에 나섰다. 행정당국에 정유 업체들의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면서다. 인플레이션 탓에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달 비정제유의 가격이 5% 이상 하락했음에도 휘발유 소비자 판매가는 3%가량 올랐다”며 정유 회사들에 대한조사를 촉구했다. FTC는 기업들의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 독립 행정기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정제유 가격과 휘발유 소비자가 사이의 설명할 수 없는 차이는 팬데믹 이전을 훨씬 상회한다”며 “정유 회사들의 반소비자적 행태(anti-consumer behavior)에 대한 증거가 산적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FTC는 기름값 상승에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볼 권한이 있다”며 “즉각 행동에 나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린제이 크리작 FTC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기름값이 급격하게 오르는) 이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기준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3.41달러다. 1년 전에는 평균 2.12달러에 불과했다. 1년 사이 60% 이상 폭등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유가 안정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원유 공급의 키를 쥐고 있는 주요 산유국들에게 이례적으로 증산을 요청해 주목 받았다.
그가 고유가에 민감한 건 인플레이션이 정권의 입지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가 지난 7~10일 미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1%에 불과했다. 최대 요인이 예상보다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이다.
특히 미국은 시내 중심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차가 발 역할을 하는 나라다. 저소득층일수록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산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신의 주요 지지층이 흔들리는 역풍이 불 가능성마저 있다. 내년에는 바이든 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의 중간 선거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칼을 빼들면서 이날 유가는 큰 폭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2.97% 급락한 배럴당 78.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7일 이후 최저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초강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리서치 회사인 라피던 에너지그룹은 바이든 대통령의 서한에 인용된 비정제유 가격과 휘발유 가격 차이를 비교한 결과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WSJ는 “시장 분석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을 빠르게 낮출 방법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근래 바이든의 추가 증산 요청에도 OPEC+는 기존 합의한 증산량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