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연휴 잊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정현호 사장 등 경영진 출근

by배진솔 기자
2021.08.15 13:56:59

토·일 주말 정현호 사장·나기홍 부사장 등 출근
출소 첫날 찾았던 JY, 연휴 기간 건강 회복 주력
평택 반도체공장·인천 삼바 백신공장 방문 관심

15일 오전 적막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실무 경영진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배진솔기자)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사흘째인 15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이 부회장은 출소 당일 곧장 이곳으로 와 주요 사업부문의 핵심 경영진을 만나 현안을 논의했으나 주말 사이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이 부회장의 우려·직언을 들은 삼성전자 핵심 임원진들은 주말 이틀 새 서초사옥을 오가며 이번 주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사장단 회의를 준비하는 듯 적막한 가운데에서도 이따금 분주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날 오전 서초사옥로비는 어두웠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주말엔 전등을 반만 키기 때문이다. 서초사옥 로비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임직원들은 주말 근무를 자제하고 있다”며 “일요일엔 대부분 출근하지 않아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전등을 꺼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아침부터 삼성전자 실무진과 경영진 한두명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과 나기홍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그룹장(부사장) 등 경영진은 주말에도 조용히 회사로 출근했다. 이들은 출소 당일 이 부회장을 만나 시급한 경영 현안을 우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10시5분께 서울구치소를 출발한 후 11시께 서초사옥에 도착했다. 사장단 회의 등 공식 회의를 주재하진 않았지만 집무실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스마트폰·가전사업 등 주력 사업 부문과 사업지원TF 등 경영진을 만나 업무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부회장은 9시간20분 뒤인 오후 7시20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이 부회장을 태웠던 제네시스 EQ차량은 그대로 서초 사옥에 주차돼 있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이른 시일 내에 경영 일선에 복귀해 대규모 투자 등 현안을 챙기며 산적한 과제를 처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반도체를 놓고 벌이는 글로벌 패권경쟁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 상황에서 삼성을 향한 이 부회장의 우려를 듣고 실무경영진들도 바빠진 모양이다.

이 부회장은 출소하면서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기대를 잘 알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주말 사이 공식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하며 건강을 추스른 후 평택에 조성 중인 반도체 사업장이나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현장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신·증설 투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 등 현지 지자체와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진출도 조만간 가시화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7일 정기회의에 방문해 대국민 신뢰 회복 의지를 내보일지도 관심이다. 현재까지 이 부회장의 공식 일정은 19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관련 공판 출석이다. 또 이 부회장은 보호관찰 대상자로 오는 22일 안에 주거지 관할인 서울 서부보호관찰소에 출석해 주거지와 직업, 생활 계획 등을 신고하고 일정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돼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