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70弗 찍은 국제유가, 더 상승할 수도"

by김정남 기자
2018.02.04 12:00:00

"산유국 정치 상황 따라 유가 변동성 커질 가능성"

지난해 말 기준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 비중이다. 사우디가 30.6%로 가장 높았고, 이라크(13.6%), 이란(11.7%)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안은 국제유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출처=블룸버그·한국은행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앞으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국제유가는 당초 예상을 깨고 배럴당 70달러를 찍으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안에 그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4일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주요 산유국의 정치·경제 상황 전개에 따라 국제유가가 큰 폭의 등락을 보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원유 공급은 주요 산유국들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유국이 원유 공급을 줄이면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제유가는 경제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정된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이유다.

이창기 한은 국제종합팀 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고조됐던 산유국의 정정 불안이 상당부분 완화됐으나, 주요 선거 일정 등을 전후로 다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이집트 대선이 다음달 열린다. 베네수엘라 대선(4월), 이라크 총선(5월), 레바논 총선(5월) 등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전망보다 더 오르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68.5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24~26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70달러를 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당시 60달러를 넘을 때만 해도 상승 폭이 둔화할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을 뚫고 70달러까지 찍은 것이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배럴당 60달러 중반대를 넘어서고 있다.

국제유가가 추가로 오를 만한 요인은 또 있다. 원유 대체재 격인 셰일오일이 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체의 생산성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셰일오일 밴드(45~60달러)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셰일오일 업체의 손익분기 가격을 기준으로 마진이 확보되는 국제유가의 일정구간을 말한다.

국제유가의 등락은 원유수입국인 우리 경제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27주 연속 사상 최장 상승하고 있는 게 방증이다. 산업계도 생산비용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주요 예측기관들은 현재 국제유가 수준이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59.9달러로 제시했다. 다른 기관들도 60달러 안팎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