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그 이후]소송으로 뒷수습하는 中큰손
by장순원 기자
2017.09.09 08:54:52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인수합병(M&A)의 성공의 중요한 척도 중에 하나가 깔끔한 마무리다. 양 측 모두에게 ‘윈윈’이 되면서도 나중에 뒷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예상 가능한 모든 조건에 대해 협의를 이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M&A가 끝난 뒤에도 거래 조건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들린 뒤 소송 전으로 치닫는 경우가 잦아졌다.
최근의 사례로는 웅진그룹이 생활가전 렌탈 전문기업 코웨이 지분 변동과 관련해 코웨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상대로 26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자신들에게 알리지 않고 지분매각에 나섰다는 이유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Investor-State Dispute)을 진행 중이다. 외환은행 주식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을 상대로 유사한 이유로 6000억원대의 소송을 새로 제기했다. 이밖에 열거할 수 없이 많은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국내 M&A 시장이 커지면서 분쟁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의 돈을 굴려 수익을 내야 하는 사모펀드(PEF)가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 협상이 끝나더라도 생각하지 못한 손실이 생길 경우가 있다. 손실의 범위와 책임 소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수익률과 책임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두드러진 특징은 국내 M&A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진 중국기업의 소송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중국 안방그룹은 국내 사모펀드(PEF)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 등을 상대로 7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동양생명보험 지분 매각 당시 ‘육류담보대출(미트론)’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더블스타도 매각협상이 어그러지면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올초 우선협상대상으로 지정됐지만 상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탓에 매각협상이 뒤틀렸기 때문이다.
한 로펌 변호사는 “중국 기업은 일단 인수목표를 찾으면 여러 조건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고 일단 지르는 편”이라면서 “만약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소송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