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선진국 편입` 금융위기 이겨낼까

by손희동 기자
2008.09.18 09:32:29

한국증시 재평가..150억달러 추가유입 전망
글로벌 신용위기가 발목..효과는 의문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한국증시가 FTSE의 선진국 증시 대열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적지 않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국내증시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진 것은 물론, 이를 추종하는 글로벌 신규 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어 수급상황에도 숨통을 트여줄 전망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글로벌 신용경색 위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선진국 시장 진입이 얼마 만큼 약발을 낼 수 있을 지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물음표를 남겨놓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한국증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현재 FTSE 선진국 평균 PER과 PBR은 각각 10.87배, 1.9배로 한국의 10.4배와 1.5배를 상회하고 있다. 이번 기회로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이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의 선호를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신흥시장에 속해 있을 때와 선진국 시장에 편입됐을 때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투자성향 자체가 달라진다"며 "국내 주식시장의 안정성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005930)나 포스코(005490)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묶여 세계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설움도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증시의 위상이 높아지면 이에 따른 자금 유입이 우선 기대된다. 선진국 증시를 중시하는 글로벌 자금들이 선진국 포트폴리오에 한국을 담아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현재 FTSE 주식관련 인덱스를 벤치마크로 운용하는 글로벌 자금은 대략적으로 3조달러에 달한다. 이중 선진시장의 투자비중은 85~90%로 추정되는데, 신흥시장의 투입비중 6%와 비교하면 이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쉽게 추정해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신흥시장 분류에서 빠지게 되면 187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되는 대신, 선진시장 편입에 따라 최고 350억달러의 자금이 새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150억달러 정도의 추가 자금이 들어오게 되는 것.

곽병열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FTSE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해당 종목이 1억달러 이상이 돼야하고 일별 거래량이 활발해야 한다"며 "업종 대표주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종목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하고, AIG가 구제금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있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이같은 호재가 얼마나 약발을 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외국인 매도가 완화되면서 하락압력이 완화될 수는 있지만, 신용위기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가 안정국면에 들어서는 것을 확인한 연후에나 제대로된 효과가 날 것이란 전망이다.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중장기적으로 자본시장과 기업들에게 갖는 의미는 크지만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관점도 이와 비슷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지금처럼 글로벌 돈줄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과연 선진시장에 투자하는 자금이 우리 시장에 발을 담글 지 의문"이라며 "트래킹 에러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그냥 무시하고 편입을 미룰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도 "지금 시장의 핵심은 여전히 미국발 신용위기"라며 "선진지수 편입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와 외국인 매매 스탠스 변화 가능성은 장기적으로 타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