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6.09.22 09:34:23
유통업체들 내수부진탓 가격 낮춘 실속세트 늘려
백화점마다 특화상품 개발 영업시간도 1시간 연장
[조선일보 제공] 신세계백화점에서 식품·생활용품을 담당하고 있는 구자우 상무는 요즘 들어 밤잠을 설치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추석 경기 조짐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구 상무는 “대량구매고객인 기업 담당 직원들로부터 ‘기업 예산이 줄었다’, ‘올해는 선물을 최소화할 방침’이라는 보고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이 때문에 일부 선물세트 가격을 작년보다 낮추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격은 낮추고 영업시간은 늘리고
이마트는 소비경기 위축을 감안, 기존 대형마트 고객을 대상으로 한 5000~1만원대 실속형 선물세트 물량을 전년보다 15%나 늘렸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1만~3만원대의 선물세트 종류를 강화했고, 롯데마트도 알뜰상품 가격대를 작년의 3만~4만원대에서 1만~3만원대로 대폭 낮췄다.
반면에 영업시간은 늘리고 있다. 조금이라도 판매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롯데마트는 오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6일 동안 모든 점포의 영업시간을 1시간 늘리기로 했다. 홈플러스도 10월 2일부터 3일 동안 가좌·시화·청주점 등 16개 점포의 영업시간을 1시간 늘리고, 서울 영등포점, 대구 성서점 등 일부 점포는 추석 당일에도 문을 열기로 했다.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대부분 주요 백화점도 영업시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선물 대세는 웰빙트렌드
현대F&G의 김해곤 차장도 추석을 앞두고 잠 못 들기는 마찬가지. 현대백화점에 납품하는 후레쉬육(냉장용) 세트를 만들기 위해 밤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레쉬육의 특징은 배송 전날 만들어지기 때문에 신선하다는 것. 웰빙 바람을 타고 인기가 치솟으면서 현대백화점의 정육선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3.7%에서 올해는 50%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최보규 생식품 팀장은 “올해 추석은 내수 부진으로 전반적으로 어려울 전망이지만, 후레쉬육과 친환경 과일처럼 몸에 좋은 고가 제품은 오히려 판매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값비싼 웰빙 식품은 이처럼 추석선물계(界)의 구원투수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처음으로 친환경·유기농·무(無)첨가 공법으로 재배한 16가지 종류의 건강식품에 ‘그린스타’란 브랜드를 붙여 추석선물용으로 내놓았다.
신세계 이종묵 신선식품팀장은 “올해는 집단급식사고등 건강관련 이슈가 많이 터져서 선물 트렌드도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가 대세”라고 말했다. 독한 양주보다 와인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도 웰빙트렌드의 일종.
◆차별화로 승부 건다
소비자들은 ‘나만의 특화상품’을 찾는 성향이 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는 4~5개월 전부터 차별화된 상품개발에 열을 올려왔다. 롯데백화점 김상권 청과 바이어는 지난 5월부터 전국을 떠돌며 21년산 장생도라지, 수제녹차 등 70여 품목의 상품을 개발, 롯데만의 ‘명 식품관’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생산자 실명제를 최초로 실시한 신지식인 안정균 사장의 ‘청림농원 유기농 표고세트’와 수산전통식품 명인 1호 김광자 할머니의 ‘영암어란’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도 죽장사과와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교수의 ‘질시루떡’을 특화상품으로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