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5.06.16 09:40:28
[edaily 하정민기자] 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세계 각국의 집값 상승이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6일 보도했다. 기업 투자로 흘러들어가야 할 돈이 주택 시장으로만 몰림에 따라 부동산 버블이 더 심해졌고 이 버블이 꺼질 경우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방위적 부동산 가격 급등.."믿을 건 부동산 뿐"
부동산 가격 급등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주요 선진국은 물론 태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불가리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년간 프랑스의 주택 가치는 평균 48% 뛰었고 브라질도 38% 상승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집값도 같은기간 두 배 이상 올랐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불가리아의 집값이 48% 치솟았고 홍콩도 19% 늘었다. 이 외 중국, 호주, 영국,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서 전방위적인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
집값 상승의 원인은 다양하다. 일단 미국의 저금리가 촉발시킨 세계 각국의 저금리 기조가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닷컴 버블 붕괴와 911의 후유증을 막기 위해 연방기금금리를 2차 대전 이후 사상 최저치인 1.0%까지 떨어뜨린 바 있다. 작년 6월 이후 여덟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으나 아직 미국 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저금리 외에도 부동산 호황을 부추긴 요인들은 많다. 세계 자본 이동성 강화, 각국 은행들의 과도한 대출 경쟁, 고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도 한 몫을 담당했다. 실제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투자의 수익률은 주식, 채권 등 기타 자산보다 훨씬 높았다. 올들어 현재까지 다우존스 월드 지수는 전년비 1% 하락했다. 지난 5년 동안 평균치로는 12%가 떨어졌다.
에쿼티 인터내셔널 프라퍼티의 게리 개러브랜트 매니저는 "사람들은 돈을 가지고도 어디에 투자해야 할 지 몰라 곤혹스러워 한다"며 투자자들의 부동산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자신 역시 멕시코와 브라질의 부동산 업체에 투자했다고 공개했다.
◇기업 대출은 안 늘고 부동산담보대출만 급증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주택 구입자들은 지난 몇 년간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통해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렸다. 당연히 기업 대출은 갈수록 감소했고 모기지는 가파른 속도로 늘어났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의 기업 대출이 7% 감소했다고 공개했다. 반면 같은기간 모기지는 11%가 급증했다.
일본도 기업대출이 4% 감소한 반면 모기지는 6% 증가했다. 캐나다도 기업 대출이 1% 줄어든 데 비해 모기지는 8% 늘었다.
유럽의 경우 모기지 증가 속도가 기업 대출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유럽연합(EU) 12개국의 경우 같은 기간 기업 대출이 5%, 모기지가 8% 증가했다. 이 기간 영국은 기업 대출 8% 늘어난 반면 모기지는 두 배 이상 많은 20%가 증가했다. 호주도 모기지는 15% 늘었으나 기업 대출은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기업 투자의 비중도 날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GDP 중 기업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0.4%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1980년대~1990년대 당시의 11.5%보다 낮은 수치다. 독일도 기업 투자가 GDP의 11%에 불과해 1990년대 15%보다 낮다.
◇부동산 붕괴 위험 고조..파급 효과도 상당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세계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이미 세계 몇몇 국가에서 부동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2년 간 호주 주택가격은 무려 60% 상승했다. 그러나 이를 정점으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한국,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 모멘텀을 일부 잃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AWSJ은 지적했다.
WSJ는 지난 12일에도 미국 주택 가격이 급락할 경우 과거 닷컴 버블 붕괴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의 규모가 주식이나 기타 자산 시장 규모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파급 효과도 더 크다는 논리다.
3월 말 현재 미국 전체 주택 가치는 미국 GDP의 145%에 달한다. 반면 주식 및 뮤추얼펀드의 가치는 GDP의 82%에 불과하다. 주식 및 뮤추얼펀드 가치는 미국 주식시장이 최고조에 올랐던 2000년에도 GDP의 130%에 그쳤다.
부유층이 대거 보유하고 있는주식 자산과 달리 부동산은 사회 모든 계층이 소유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미국 전체 가구의 68%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식 자산을 보유한 가구는 52%에 그쳤다. 주택 자산의 평균 가격은 12만2000달러였지만 가구당 평균 주식 보유액은 3만4300달러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은 주식과 같이 쉽게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값이 붕괴되면 은행이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은행권 자산의 40%가 주택담보대출로 이뤄져 있어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은행 자산의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택 가격 하락은 소비 심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주식 재산이 1달러 줄면 4센트의 소비 감소가 나타나지만 주택자산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 효과는 1달러 당 무려 7센트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IMF의 마코 테론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한 국가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이것이 다른 나라에 파급 효과를 미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값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른만큼 가격 하락도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