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 수출 1위 韓, SAF 개발·생산은 아직 걸음마 단계
by이윤화 기자
2025.12.01 05:30:00
[미래기술25①]
2050 항공업계 넷제로 목표…지속가능항공유 각광
주요 선진국은 2020년대 중반 SAF 의무 혼합 도입
한국은 2027년 국제선 항공유 1% SAF 혼합 계획
업계 "생산설비 등 투자여건 어려워 정부 지원 필수"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각국 정부가 2050년까지 항공기 탄소배출 50% 감축 등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고, 이에 따라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폐식용유·동물성 지방·농업 잔재물 등을 이용해 만든 SAF는 항공유와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데다 기존 항공기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탄소감축의 62%를 담당하는 핵심 솔루션입니다.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SAF 개발·도입 수준은 어떤지, 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적인 투자와 정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편집자주]
IATA가 선언한 ‘2050년 항공업계 탄소중립 목표’까지 이제 24년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탄소감축의 62%를 담당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잡은 SAF는 아직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에너지원이지만 산업계에선 ‘하늘길 에너지 대전환’을 이끌 주인공으로 떠올랐고, 환경적 가치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가치까지 갖춘 대체 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각국은 SAF 상용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SAF 시장 규모는 2024년 63억420만달러(약 9조원)에서 2027년 215억6520만달러(약 31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나라는 항공유 수출량 글로벌 상위권임에도 SAF 개발·도입에 있어선 매우 뒤처진 실정입니다. 주요 선진국들이 2020년대 중반부터 SAF 의무 혼합을 도입했지만 우리 정부는 2027년 국제선 항공유에 1% SAF 혼합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또 2023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으로 비로소 정유공장에서 석유 대체연료로 SAF를 제조·판매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이 갖춰졌지만 현재까지 상업 가동 중인 국내 SAF 전용 생산설비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대신 국내 4대 정유사인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가 기존 정유 설비를 활용한 코프로세싱(co-processing·공동처리) 방식으로 SAF를 소량 생산하고 있습니다. 코프레싱 방식은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폐식용유·정제 대두유 등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해, 항공유·경유·바이오 납사 등 친환경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공정입니다. 코프로세싱 방식의 SAF 전용 생산라인은 기존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석유 원료와 함께 바이오 원료를 동시에 넣어 석유제품과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SK에너지의 연간 SAF 생산량은 10만톤(t) 수준입니다.
LG화학은 이탈리아 에니(ENI)사와의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충남 대산에 약 30만t 규모의 HEFA 기반 SAF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장은 국내 최초의 바이오 오일(HVO) 생산 공장입니다. HVO는 폐식용유 등 재생 가능한 식물성 오일에 수소를 첨가해 만든 친환경 제품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효과가 크고 저온에서도 얼지 않는 특성으로 SAF, 바이오 디젤, 바이오 납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SAF 생산에 후발주자가 된 것은 기업들이 정부 정책 및 수요 본격화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대규모 전용 설비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대규모 전용 플랜트 투자는 정부 SAF 의무혼합제도가 확정된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관계 부처, 정유·항공업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산학연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SAF 혼합의무화 제도 도입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을 의무화한단 계획입니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9월 19일 국토교통부와 함께 ‘SAF 혼합 의무화제도 로드맵’을 공동발표 하고 ‘SAF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했습니다. SAF 혼합의무화제도 로드맵에는 연도별 SAF 혼합의무비율과 종합적인 지원방안 등이 담겼습니다. 동식물성 기름, 폐식용유, 해조류 등을 활용해 생산하는 SAF 산업을 키워 탄소중립을 선도하고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7년부터 SAF 혼합의무비율을 1%로 정해 시행하고, 이후 2030년에는 3~5%, 2035년에는 7~10%의 범위에서 국내 생산능력, 해외 의무 수준, 글로벌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또 유연성 제도를 도입해 전체 이행량의 20% 수준을 최대 3년까지 이월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 의무 도입 비율을 하향할 수 있는 조정제도도 검토해 나갈 계획입니다.
2027년 SAF 혼합의무비율에 따른 공급의무 대상은 항공유 공급자인 석유정제업자·석유수출입업자입니다. 연간 국내 공항의 국제선 항공유 공급량 대비 연간 국내 SAF 공급량을 기준으로 의무 이행을 인정합니다.
다만, 정유업계는 SAF를 위한 투자를 당장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의무화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해 달라는 입장입니다. SAF 생산 단가가 일반 항공유의 3배 이상에 달하고, 설비 구축에는 1조원 안팎의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2027년 SAF 1% 혼합 의무가 실행될 때 예상 이익률은 0~3%(매출 2000억~3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유사들이 현재 코프레싱 방식에서 전용공장으로의 전환이 완료되면 2030년부터 영업이익률이 3~7%(매출액 7000억~1조 5000억원), 2035년 영업이익률이 5~15%(매출액 2조~4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SAF 국내 생산이 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단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