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日상공 관통…일본 '초비상'(종합)

by김형욱 기자
2017.08.29 08:19:52

日 “홋카이도 지나 태평양 1180㎞ 지점 낙하”
직접 피해 없지만 전국 경보…일부 피난 지시
파괴 안했나 못했나… “수발→한발” 정보 혼선도
'안전 자산' 엔화 급등…달러당 108엔대 초까지

북한의 탄도미사일 궤적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 NHK 홈페이지 화면. (NHK 홈페이지 캡처)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관통했다. 북한은 지금껏 동해상, 일본 배타적경계수역(EEZ) 내로 미사일을 발사한 적은 있지만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으로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초비상이 걸렸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57분께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동쪽으로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약 2700여㎞, 최대고도는 550여㎞였다. 최대 사거리 5000㎞로 평가되는 ‘화성-12형’이나 사거리 3000㎞의 ‘북극성-2형’ 가능성이 거론된다. 방향은 달랐지만 앞서 위협한 대로 괌 타격이 가능하다는 걸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제는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9일 수상관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를 확인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6시6분께 일본 북부 홋카이도(北海道) 에리모미사키(襟裳岬) 상공을 지나 12분께 이곳에서 동쪽으로 1180㎞ 태평양 바다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AFP
일본은 앞서 북한이 괌 미군기지 인근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이후 북한에서 괌 타격 때 미사일이 지나는 예상 경로일 일본 남부지역에 패트리어트 요격체계 4기를 배치하는 등 도발 대비에 나섰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을 일본 북부 태평양으로 지나며 이 요격 체계의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법에 따라 (북한 미사일) 파괴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파괴하지 않은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정보 혼선도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수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으나 우리 합참이 한 발을 발사했다고 한 이후까지 이렇다 할 정정을 하지 않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일본 정부는 아직 일본 영역에 낙하물이나 부근을 항행하는 항공기, 선박 같은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국적기도 정상 운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국순시경보시스템(J alart)을 발령하고 홋카이도와 아오모리, 이와테현 등에 피난 지시를 내렸다.

스가 관방장관은 “일본 안전보장에 있어 지금까진 없었던 심각하고 중대한 위협”이라며 “정도를 넘어선 도발 행동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양국과 제휴해 대응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여파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엔화가 급등했다. 일본 증시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7시23분 현재 달러당 108.35~108.36엔으로 전날보다 0.73%(0.80엔) 급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달러당 109엔대가 단숨에 무너져 108엔대 초반까지 내려선 것이다. 안 그래도 엔고에 따른 수출주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일본 증시는 한층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날 주가 하락도 확실시된다. 간밤 미국 시카고 일본평균선물은 한때 290엔 1만9175엔까지 내렸다.

최근 24시간 엔/달러 환율 추이. 닛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