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세형 기자
2012.07.24 09:10:32
"새누리당 쉽게 변하지 않아..민주당도 기대할 것없어"
"남은 인생 동반성장 문화 확산에 매진할 것"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나온다는 말도 한 적이 없지만 나오지 않는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2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와 관련)확정된 것은 없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결심이 서는 대로 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직접 출마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 주자나 민주당 주자보다는 제3의 후보를 지지할 것임을 내비쳤다. 제3의 후보는 안철수 원장이 유력해 보인다.
그는 “새누리당은 그간 쭉 경쟁을 최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다”며 “걸어온 길을 보면 앞으로 갈 길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새누리당이 과연 경제민주화를 잘 해낼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문제 의식은 좀 더 있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드러나는 게 별로 없다”며 “크게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는 달랐다. 그는 “공식 자리 외에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훌륭한 분으로 생각된다”며 “베풀 줄도 알고 경제 현실에 대한 감각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만나게 되면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며 호감을 보였다.
그는 지난 1990년 펴낸 저서 ‘도전 받는 한국경제’에서 가계든 기업이든 한 경제주체가 손해를 볼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교환을 거부할 수 있는 상태를 경제민주화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는 동반성장 역시 경제주체가 각자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대등한 관계가 정립될 때 가능해 진다고 본다. 그에게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은 일맥상통하는 개념인 셈이다.
그는 차기 대통령의 자질로 균형감각과 소통능력을 꼽았다. 그는 “결국 정치의 목적은 국민들이 윤택한 삶을 살도록 해주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좌우 이념에 치우지지 않는 중도성향의 균형 감각이 있는 인물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것만 옳다고 하면서 무통(無通), 불통(不通)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시대의 정신이 된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대선이 있어 그에 대한 주된 관심이 대선 출마에 쏠려 있지만, 그는 동반성장문화 확산을 남은 인생의 과제로 삼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그는 과거 20여년간 학자로서 금융과 재벌 개혁에 대한 글들을 많이 써오면서 동반성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했던 것도 경제정책이 대기업 위주로 가고 남북관계도 경색된 것을 보면서 동반성장을 위한 균형추 역할을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세종시 문제로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다시 공직을 맡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머릿속에 박힌 동반성장이 그를 다시 사실상 공직이나 다름없는 동반성장위원장으로 이끌었다.
그는 2010년말 출범한 위원회를 맡아 제조분야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작업을 이끌어 내고 사회적으로 동반성장이 각인되게끔 갖은 노력을 하면서 위원회의 기틀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올해 초 동반성장위원장을 그만두긴 했지만 동반성장 문제가 매우 중요한데 내가 과연 편하게 지낼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들게 됐다”며 “동반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반성장은 다같이 똑같이 되자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앞으로 동반성장연구소에서는 경제적 약자들의 여러가지 애로를 듣고, 그것을 타개할 수있는 정책과 법을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반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시민교육도 하고, 필요하다면 시민운동도 추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운찬 위원장은 1947년생으로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프리스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금융학회 회장과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지냈고, 2002년에는 최연소 서울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2009년 9월에는 국무총리로 취임한뒤 10개월간 업무를 수행했다. 2010년 12월 초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 1년3개월 간 활동하다 올해 3월 전격 사퇴했다. 지난달 중순 사재 1억원을 털어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한 뒤 현재 이사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