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훈 기자
2002.05.21 09:42:02
[edaily 이훈기자] 미국의 철강세이프가드 조치를 둘러싸고 세계 무역 전선에 긴박한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EU와 일본은 대미 강경 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며 중국과 노르웨이 등은 WTO에 대미 보복 조치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비해 한국과 브라질은 보복 조치를 유예했다. KOTRA 워싱턴 무역관이 21일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철강세이프가드 조치를 둘러싼 각국의 입장과 대응 방안등에 대해 알아본다.
배경
WTO 세이프가드 협정의 8조 1항에 따르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는 회원국은 교역감소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주기 위해 교역 감소액과 동등한 수준의 양허 및 보상 조치를 피조치국에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만약 그러한 보상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조치국은 조치 발효 이후 90일 이내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동 협정 8조 2항). 단, 위와 같은 보복 행위는 조치를 취하기 30일 이전에 WTO 재화교역위원회(Goods Council)에 통보해야 한다.
EU와 일본, 대미 강경노선 견지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금년 3월 20일부터 발효됐기 때문에, 보복을 원하는 WTO 회원국들은 늦어도 보복조치 발효 한달 전인 5월 17일까지 자신의 의도를 재화교역위원회에 통보를 해야한다. EU의 경우는 이미 14일 위와 같은 의향을 통보했다.(5.15 기사 참조)
일본도 5월 17일 488만불에 달하는 관세 추징을 위해 100% 관세 부과 대상 목록을 동 위원회에 제출했다. 양 국가는 모두 내달 안으로 미국이 만족할 만한 보상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보복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및 노르웨이 WTO 판정 이후 보복조치 시행
중국, 노르웨이, 스위스 등은 WTO에 미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보복 조치 의사를 통지했다. 단, 이들 3개 국가는 WTO 분쟁해결기구의 위배 판정 때까지 보복조치 집행 시기를 연기했다.
5월 17일 WTO 재화교역위원회(Goods Council)로 송부한 메시지에서 중국은 미국산 폐휴지 및 컴프레서 등에 대해서 24%의 관세를 부과하여 연간 9,400만 불의 관세를 징수할 예정이다. 단, WTO 분쟁해결기구가 미 세이프가드 조치가 WTO 규정을 위배한 것이라는 판정을 내린 직후 5일째부터 이 같은 보복관세 부과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중국의 보복 조치는 EU 등에 비해 한 단계 약하다. 중국의 미국산 폐휴지 수입실적은 연간 3억 7,100만 불, 컴프레서와 콩기름이 각각 1,700만 불, 4백만 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르웨이는 5월 16일 연간 560만 불의 관세 징수를 위해 사과, 포도주, 담배 및 파이프 연결구류 등의 품목에 대해 3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위스의 경우 WTO 당국에 대한 통보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그 수준이 상기 2개 국가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라질과 한국, 보복조치 연기
한편 브라질, 한국, 호주 및 뉴질랜드 등 4개국은 미 철강세이프 조치에 대한 보복 조치 결정 마감시한을 유예하기로 지난주 말 미국과 합의했다. 마감시한은 한국의 경우 2005년 3월 19일, 브라질, 호주 및 뉴질랜드의 경우 2005년 3월 20일로 정해졌다. 이들 시한은 지난 3월 20일 발효되어 3년간 지속되기로 한 미국의 철강세이프가드 조치 마감시한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들 국가들이 보복조치 마감시한을 연기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예외조치 적용 등의 성과를 얻어낸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경우 포스코를 통한 핫 코일 대미 수출길이 여전히 열려 있으며, 호주의 경우에는 전체 철강 대미수출량의 85%에 달하는 양에 대해 세이프가드 예외조치를 적용받는다.
결론 및 향후 전망
이와 같은 일부 WTO 회원국들의 보복조치 집행 유예는 미국으로써는 일종의 커다란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보복시한 연장에 따라, 미 행정부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일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국가들 역시 보다 차분하게 향후 전략을 검토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한편 세이프가드 관련 반미 전선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EU와 일본은 이들 4개국이 공동전선에서 약간씩 이탈함에 따라 향후 대미 협상의 추진력을 잃은 모습이다. 특히 주요 대미 철강 수출국이었던 한국과 중국이 한발자국 씩 물러난 모습이어서 미국은 여타 국들과의 개별협상을 통해서 파국을 막아볼 수 있는 여지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EU와 일본은 미국의 철강수입량은 199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일방적인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미비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일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그와 같은 판단은 WTO가 내려야 하며, 개별 국가들이 자의적으로 내릴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별국가들이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약간씩은 다른 입장과 전략을 가지고 있는 만큼, 통일적인 대미 전략은 나올 수 없게 됐지만, EU와 일본 등 주요 교역국이 대미 강경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이상, 아직은 철강세이프가드와 관련된 국제적 긴장이 풀어진 것은 아니다. EU와 일본의 보복조치 여부는 향후 세계 교역구도에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향후 한 달 동안이 매우 세계 교역체제에서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