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명철 기자
2023.03.14 08:24:48
금리 인상 여파…SVB, 채권 손실·자금 인출 ‘겹악재’
국내 은행권, 대출 부실 우려 크지만 대거 충당금 쌓아
예수금으로 금융자산 투자 적고 연체율 등 안정적 수준
[이데일리 이명철 서대웅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소식에 국내 은행권의 안정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SVB의 파산은 코로나19 사태로 풍부하게 늘어났던 유동성이 긴축 기조로 전환하면서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견해다. 국내 은행들도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악화라는 위험에 놓인 상태다. 코로나19 기간 기업·가계 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연체율 증가 등 부실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에 있는 로고. (사진=연합뉴스)
◇긴축 기조에 유동성 악화…대형 은행도 ‘휘청’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NICE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SVB 사태의 전개와 사후 처리 과정은 금융시장, 경제 상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맥락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은행업계 1, 2위를 다투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의 비중은 각각 84.6%, 87.7%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또한 안심할 수 없다. SVB는 자산을 채권에 주로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는데 국내 은행들도 금융성 자산 비중이 적지 않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총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말 기준 17.2%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16.4%)보다 소폭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유가증권 비중은 지난해 9월말 현재 19.1%다.
다만 SVB와 같은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우선 투자 포트폴리오의 비중이 대부분 대출이다. 국내 4대은행의 예대율(은행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은 90%대 후반에서 100% 안팎 수준이다. 예수금으로 받은 돈을 대부분 대출로 활용한다는 의미로 위험성이 큰 금융 자산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이 나는 것과 연관이 낮은 셈이다.
손실흡수여력도 충분하다. 국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이 지난해 쌓은 대손준비금 등 충당금은 5조8900억원으로 6조원에 육박한다. 건전성 지표도 양호하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은행의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은 0.25%에 그친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국민은행 0.34%, 신한은행 0.25%, 하나은행 0.21%, 우리은행 0.19%로 대체로 개선세를 나타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정부다. 국내에선 4대 은행을 비롯해 농협·대구·수협·부산·씨티·SC 등 대다수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AAA’를 받고 있는데 ‘유사 시 정부 지원 가능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구제금융 투입 여부를 고민하는 미국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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