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지혜 기자
2021.07.17 14:00:47
델타 변이 치사율 0.1%? ''대체로 사실 아님''
영국공중보건국 "고려 변수 많고 변이 간 비교 어려워"
전문가 "아직까지는 관련 데이터 부족, 백신 효과 등도 고려해야"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치사율'에 대한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작성자 A씨는 "일반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1.9%인데 비해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0.1%"라며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반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19배 덜 치명적이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영국의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3.2만명인 것에 비해 사망자는 32명"이라며 델타 변이의 경우 치사율이 낮다는 글이 올라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이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전 1주간 추가로 확인된 주요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536명으로 알파형(영국 발)이 162명, 델타형(인도 발)이 374명이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알파형을 뛰어넘은 것이다.
'델타 변이가 전염은 빨라도 치사율은 0.1% 불과하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펙트체크했다.
델타 변이, 전염은 빨라도 치사율은 0.1% 불과? → '대체로 사실 아님'
우선 델타 변이란 'B.1.617.2'으로도 불리는 변이 바이러스로, 인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전 세계 100개국에 전파된 상태다.
델타 변이는 '빠른 전염력'이 특징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수석 과학자 숨야 스와미나탄(Soumya Swaminathan)은 “델타 변이는 엄청난 전염력 때문에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변종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공중보건국(PHE) 연구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 알파 변이에 비해 감염 가능성이 약 6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나, 알파 변이보다도 쉽게 감염되고 빠르게 전파된다는 얘기다.
영국공중보건국은 주기적으로 알파, 베타,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이에 최근 보고서를 살펴보면 각 변이의 사례별 치사율(Case Fatality Rate)을 알 수 있다. 이때 델타 변이 치사율은 조사 기간 및 시점, 연령 등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6월 25일 보고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델타 변이 총 확진자 9만 2056명에서 117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0.1%였다. 이 수치만 보면 치사율 0.1%는 사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사 기간을 다르게 한 경우 치사율도 달라졌다. 같은 조사 대상에 대해 28일 동안 추적 검사를 한 경우 치사율이 0.3%로 증가했다. 확진자 1만 1250명 중 32명이 사망한 것.
치사율은 조사 시점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7월 9일 발표한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델타 변이 확진자 17만 63명 중 259명이 사망했다. 또한 같은 조사 대상에 대해 28일간 추적 검사를 한 경우 총 4만 5136명 중 112명이 사망해 치사율 0.2%를 기록했다.
델타 변이 치사율은 연령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2월 1일부터 6월 21일까지의 영국 델타 변이 확진자 중 50세 미만에서는 11만 1008명 중 26명만 사망해 치사율 0.023%를 기록한 반면 50세 이상에서는 1만 2404명 중 231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1.86%나 됐다. 전체 델타 변이 치사율은 12만 3620명 중 257명이 사망해 0.2%였다. 이처럼 치사율은 조사기간 및 시점, 연령에 따라 달라지며 일률적으로 단정짓기 어렵다.
고려 변수 많고 변이 바이러스 간 비교 어려워
또한 알파·델타 변이 간 치사율에 차이가 있다고 해서 '델타 변이가 알파 변이보다 덜 치명적이다' 혹은 '덜 위험하다'고 결론 짓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델타 변이의 치사율이 0.1%이고, 알파 변이의 치사율이 1.9%라고 할때 알파변이가 19배 더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가장 큰 변수는 백신 접종이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등이 델타 변이 등의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최근 연구로 입증되었다. 특히 백신을 접종하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어도 중증화율을 낮춰 치사율이 더 낮게 나타날 수 있다. 델타 변이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됐다는 점에서 백신이 델타 변이의 치사율을 끌어내렸을 공산이 크다.
이밖에도 감염자들의 연령, 기저질환 보유 여부 등 고려할 변수가 많다.
영국 공중보건국 대변인 제임스 맥크레디(James McCreadie)는 한 외신 보도에서 "나이, 기저 질환 등 많은 요인이 사망에 기여한다"며 "(연구 결과만 보고서는) 델타 변이의 치명률을 다른 변이 바이러스와 비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각 변이 간 위험도 등을 비교할 데이터가 너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영국공중보건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각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의 정점을 찍은 시점이 다르고 각 병원의 상황, 백신 예방 접종의 효과, 치료 옵션, 보고 지연 등의 영향이 있기에 이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 "관련 데이터 많지 않고 구체적인 연구 결과 부족해"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변이가 이루어질수록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높아지는 반면 치명률은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나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최근 단기간의 치명률을 보았을 때 델타 변이의 치명률이 낮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착시 효과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며 "현재 백신 접종이 가장 많이 이루어진 연령이 고령층인 만큼 사망 위험이 함께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확진에서 사망까지의 시차도 치사율 통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원석 교수는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중증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약 10일에서 2주 정도, 사망으로 이르기까지는 약 3~4주주 정도 걸린다"며 "현재 유행하는 델타 변이 확진자가 사망한다면 이는 3~4주 후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여러 국가에서의 상황을 살펴보았을 때 '(델타 변이로 인한) 치명률이 다소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정도의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델타 변이의) 치명률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델타 변이 치사율의 경우) 아직 데이터가 많지 않아 단정짓기 어렵다"며 "현재 젊은 층에서 델타 변이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즉 국내의 경우 델타 변이 확진자가 젊은 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어 치사율 또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 양지혜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