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 전략, 장기적 국내산업 타격…안보적 정책대응 필요"

by한광범 기자
2021.07.04 11:00:00

산업연 지적…"위상악화·인재난·中보복 가능성"
"단기적 긍정 요인…시장확보·中격차 확대 전망"
"첨단산업, 단순 경제이슈 아냐…안보적 접근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미국의 4대 핵심품목(반도체·배터리·의약품·희토류)에 대한 공급망 강화 전략이 단기적으로 우리 반도체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기조에 발맞춰 이들 산업에 대한 안보적 차원 정책 필요성도 제기됐다.

4일 산업연구원은 ‘미국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조사 보고서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단시일 내 상당 규모의 첨단 반도체 제조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우리 입장에서 시장확보, 기술력 증진, 중국과 격차 확대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부적으로는 미국 내 투자기업에 대한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인센티브 강화가 우리 투자기업의 비즈니스 여건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출범한 미국반도체연합(SAC) 등을 통해 생산자-수요자 간 교류 확대는 우리 기업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이 첨단 반도체에 대한 기술보호 조치를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가 중국과 기술 격차를 확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차세대 반도체 R&D 참여를 통해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급망 주요 현안에 대한 미국과 다른 동맹국과의 연계·협력체계가 구축될 경우 우리나라 공급망 대응 역량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긍정적 요인과 함께 부정적 요인도 상존한다는 것이 산업연의 지적이다.

산업연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 미국이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보할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내 우리 위상 약화는 불가피하다”며 “특히 미국의 공격적 해외 우수인력 유치가 효과를 발휘할 경우 우리 반도체산업 생태계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견제도 우리 반도체산업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은 “미국의 중국 견제 조치에 기술 동맹국으로서 명시적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중국의 전방위적 경제보복이 예상된다”며 “이 경우 우리 메모리반도체 판로 등에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요소별 자체 진단. (자료=산업연구원)
산업연은 배터리 산업의 경우 “미국 정부의 강력한 수요 촉진책에 따른 정책 성과의 상당 부분을 우리 배터리 산업이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단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자국 배터리 제조기업과 전후 생태계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 상당부분을 우리 기업이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다. 또 중국 배터리기업에 대한 미국 시장진입 규제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정부가 투자 확대를 통해 자국 배터리 산업 확보에 나서게 될 경우 미국시장 내 우리 기업들의 위상 약화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산업연은 “기회요인을 살리기 위해선 미국과 기술동맹국 등이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로서 우리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의 산업 경쟁력 확보 등의 위기요인 대응을 위해선 현재 글로벌 최고 수준인 기술력 우위를 지키고 국내 생태계 글로벌 밸류체인에서의 역할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연은 특히 미국이 보고서를 통해 첨단기술 의제를 경제·산업 영역을 넘어 외교·안보적 차원으로 격상한 만큼 이에 맞춘 거버넌스와 법령 체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준 산업연 소재산업실장은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첨단산업 공급망 이슈를 다루는 미국 등 주요국의 기조를 고려할 때 현재 기술, 산업, 안보가 별도 테이블에서 논의되고 있는 우리 현 구조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며 “경제·안보의 통합적 시각에서 첨단산업 공급망 의제를 다룰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갖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