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전>마티스 · 샤갈 등 화가들의 눈에 비친 낙원은?

by노컷뉴스 기자
2008.11.14 09:58:00

퐁피두센터 소장품 한국 최초 전시, 피카소·미로 등 79점 선보여


 
[노컷뉴스 제공] 화가들의 눈에 낙원은 어떻게 비쳤을까? 주제가 있는 전시, '화가들의 천국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은 이러한 주제에 맞춰 기획되었다. 오는 22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게 될 퐁피두센터 특별전은 작가 39명의 작품 79점이 선보이고, <화가들의 천국-아르카디아(낙원)>이라는 주제아래 10개의 소주제로 분류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푸생의 <아르카디아 목자들,'아르카디아에도 내가 있다'>라는 작품을 근간으로 기획되었다. 프랑스 태생으로 오랜 로마생활과 그리스 로마 신화에 심취했던 푸생은 신화 속의 낙원풍경을 자주 그렸다. 그는 <아르카디아> 작품에서 천국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면서도 비문에 새겨진 '죽음을 기억하라'는 문구를 통해 천국에 허무,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아르카디아>에서 출발해 하나 하나 메세지를 세분화해 전체 전시의 개념을 구성하고 있다. 소주제는 '황금시대', '전령사', '낙원','되찾은 낙원,''풍요','허무','쾌락','조화','암흑','풀밭 위의 점심식사' 등 10개로 구성되어 낙원의 다양한 모습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품 <아르카디아>는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이번에 전시되지는 않는다. 대신 투사장치로 이 작품을 쏘아 관객들이 관람을 처음 시작할 때 이 작품을 뚫고 들어가도록 장치를 했다.

소주제별로 잠시 여행을 떠나보자.'황금시대'에 등장하는 피카소의 <봄을 위한 습작>.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다시 찾아온 평화로운 시기를 만끽한 피카소는 '목신',요정들과 같은 새로운 모티프를 그리며 '목가적인' 낙원'의 모습을 그림 속에 담고자 했다.


'전령사'에 나오는 피카비아의 <봄>은 그리스 로마신화의 이상적 장소인 천국에서 젊음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다.


'아르카디아(낙원)'에 등장하는 피에르 보나르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 이 작품은 보나르가 1946년에 그리기 시작해 1947년에 마무리한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자기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나무의 생동감을 통해 표현했다.보나르의 이 작품은 고흐가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그린 <아몬드가 피어 있는 풍경>과 분위기가 흡사하다.


'풍요'에 나오는 마티스의 <붉은 색 실내>는 퐁피두센터가 소장한 5만6천여점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프랑스 북부 출신인 마티스는 이 작품을 통해 남부의 프로방스 지방의 경치가 얼마나 아름답고 즐겁게 하는지 찬미하고 있다. 고갱이 하이티 생활을 그림으로 찬미한 것처럼.




'조화'에 등장하는 샤갈의 <무지개>. 작품 속 무지개의 테마는 1950년 이후에 샤갈이 살았던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방스에 구상된 것이다. 이 지역의 아름다운 해변은 마티스나 피카소에게 그러했듯이, 샤갈에게도 새로운 낙원이었다. 강렬한 붉은 단색 배경을 가르는 듯한 무지개의 흰색 빛은 샤갈의 환상 속 풍경과 인물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도시의 정경이나 달빛 속의 연인, 에펠탑, 노트르담 사원의 종루 등은 1920년대에 파리에 머물렀던 샤갈이 기억 속 향수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조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작품, 페르낭 레제의 <여가- 루이 다비드에게 표하는 경의>. 레제는 이 작품 속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을 통해 이 시대의 낙원을 표현하고 있다.1930년대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 노동자들에게 처음으로 유급휴가가 주어져 그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풍경을 담고 있다.


'암흑'에 등장하는 호앙 미로의 <어둠 속의 사람과 새>. 활과 같은 거대한 날개를 펴며 날고 있는 그림 속 새는 마치 이 공간 내에 유일한 생물체라도 된 듯, 그림 전면의 지배자처럼 표현되어 있다. 이 작품은 길이 6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사이즈로, 한국 전시를 위해 프레임과 분리되어 특수 운송을 거쳐 들어온 후에 전문가의 손을 통해 다시 설치될 예정이다.


회화 작품외에서 설치미술 작품도 선을 보인다. 슈메이체의 작품 <에르콘드시오네>는 산바람이 첼로연주자를 감싸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를 통해 자연과 사람,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마치 요요마가 연주하는 감미로운 첼로선율이 훈풍처럼 무대쪽에서 객석 전체로 퍼져나가듯이.

이번 전시는 학술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작품의 의미를 분석해 정교하게 구성했으며, 이야기를 속삭이듯이 소주제별로 전시공간을 배치했다.

퐁피두국립현대미술관 수석 학예연구원인 디디에 오탱제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의 이미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미술의 근본적 발상지인 그리스 로마시대의 아르카디아(천국)에서부터 현대미술이 어떻게 이뤄져왔는가를 설명하는 것, 즉 예술의 열쇠를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관람객들이 예술작품과 다른 문화에 대한 대화로 이어지를 바라고, 한국의 문화와 소통하고 나눔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1월 22일부터 내년 3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관람료:일반 1만2천원, 청소년 9천원, 어린이 7천원. 관람문의: ☎ 02)325-1077